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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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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43 <物과 나눈 이야기들/민들레교회이야기472 >에서
43. 호박씨
호박씨 한 알 종이에 올려놓고 그윽한 눈길로 바라본다. 착시(錯視)일까? 엷은 풀색 그림자가 물결처럼 겹쳐 흐르는 가운데, 희고 투명한 빛이 황금색으로 빛나는 호박씨를 감싸고 있가. 아!
호박씨 한 알에도 후광(後光)이 있구나!
"그럴 수밖에! 비록 작은 몸이지만 내 속에 하늘.땅이 들어있고 지상(地上)의 호박이 밟아온 까마득한 과거와 끝없는 미래가 들어 있으니 어찌 거룩한 존재가 아니겠는가? 후광(後光)이란, 성인(聖人)들 머리가 아니라 그것을 알아보는 눈길에 있다네. 자세히 그리고 그윽하게 보시게. 존재하는 모든 것에서 후광을 보게 될 걸세."ⓒ이현주 (목사)
이현주40 <物과 나눈 이야기들/민들레교회이야기470 >에서
40.호박덩쿨 손
호박에는 덩굴손이 있다. 덩굴손을 한자로는 권수(卷鬚)라고 하는데, 사전(辭典)에 보니, "가지나 잎이 변형(變形)하여 실 같이 되어 다른 물건에 감기어서 줄기를 지탱하게 하는 가는 덩굴"로 풀이되어 있다.
사전에서 얻은 지식을 가지고 호박 덩굴손을 만난다.
"네가 잎의 변형(變形)이라고 했는데 과연 그러하냐?"
"........."
"........?"
"........."
"너를 두고, 잎의 변형이라고 말하는 것과(덩굴손으로)변형된 잎이라고 말하는 것은 같은 말인가? 다른말인가?"
"........."
오늘, 호박 덩굴손의 침묵은 암팡지다. 좀처럼 깨어질 것 같지 않다. 내 머리는, 이어지는 침묵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자꾸만 흔들린다.
"그렇게 허공으로 몸을 뻗어 무엇을 잡으려는 것이냐?"
"........."
"삶의 치열한 몸부림인가?"
"........."
"아니면 넉넉한 기다림인가?"
"........."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닌가?"
"........."
"........."
"........."
끝내, 덩굴손은 말이 없다. 나 또한 말을 접기로 한다. 문득, 세상이 아늑하고 평안하다.
엊그제 이혼 소식을 전해온 후배에게, 참 잘했다고, 간절한 답장을 써야겠다.
그렇다. 맺어지는 것이 아름답다면 풀어지는것도 아름다움이요 만나는 것이 축복이라면 헤어지는 것도 축복이다. 모든 것이 모든 것의, 변형(變形) 아닌가?.ⓒ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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