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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판시위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800 추천 수 0 2002.06.02 23:3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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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 모판시위

  다 저녁 때 트럭이 예배당 마당으로 들어섰다. 나가보니 규성이 어머니였다. 트럭 적재함에는 불쑥 모가 자란 모판이 하나 가득 실려 있었다. 인우재 아랫 논에 심을 모였다.
  이런저런 일로 바쁜 동안 병철씨가 모를 길러 주었다. 번번이 큰 신세를 진다. 인우재 논에는 물이 없어 심을 엄두를 못 내고 있는데, 이젠 모판을 둘 만한 곳도 더 이상은 없어 예배당마당으로 가져온 것이다.
  기가 막힌 노릇이었다. 모판을 둘 곳도 없이 물이 죄 말라 버렸으니. 모를 심을 때까진 하루에 두어 차례 호스로라도 물을 주어야 한다며 규성이 어머니는 함께 모판을 마당에 내렸다. 6학년 규성이가 장화를 신은 채 트럭 위에서 일을 거들었다. 어느새 규성이에게서도 농사꾼다운 느낌이 배어난다.
  어디 갈 데가 없어 예배당 마당 위에 늘어놓은 모판들. 이미 산발한 모양을 하고 있는데 저러다 시간이 지나 아주 소용없는 일이 되고 마는 것 아닌가. 모판을 정리하는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하룻밤 지나 눈을 떴을 때 들려오는 소리. 비가 내리는 소리였다. 사택 앞에서 이창득씨가 양수기로 물을 추는 곳이 있어 그 소리인가. 정말 비가 오는 소리인가 밖으로 나와 보니 정말로 비가 내리고있었다. 간밤 언제부터 내리기 시작했는지 잔잔한 비였지만 비가 구준히 내리고 있었다.
  "휴"
  오랜만에 깊은 숨 한번 쉬는 것 같았다. 작은 키에서 피어난 담배꽃들이 좋아 죽겠다며 하하 호호 웃는 것도 같았다.
  혹시라도 물이 고인다면 제대로 물을 가둬야지 싶어 삽을 챙겨들고 인우재로 갔더니 병철씨가 한 발 앞서가고 있었다. 빗소리가 들리자 병철씨는 벌써 트랙터로 논을 갈은 상태였습니다. 인우재에서 차 한잔 나누며 이야기를 나눈 뒤 집으로 내려오다 규성이 어머니를 만났다.
  규성이 어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진작 교회 마당에 모판을 갖다 놓을걸 그랬어요"
  예배당 마당에 놓인 때늦은 모판, 하나님께는 과격한 시위였을까. 차마 바라보기 민망하셨던 것일까. 까닭이 무엇이든 오랜만에 내리는 비가 더없이 반갑고 고맙다.
  혹 이번 일을 계기로 가물 때면 예배당 마당에 모판 시위 번번이 벌어지는 것은 아닐는지. 200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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