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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 꽃 산책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760 추천 수 0 2002.06.15 13: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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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 꽃 산책

  이른 아침, 아직 잠을 자고 있는 딸 소리를 깨웠습니다. 전날 잠들기 전에 한 약속 때문이었습니다. 때로 늦잠을 자 학교 가기를 벅차하는 딸을 위해 아침 산책을 권했는데, 그걸 녀석이 편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전날 한 약속을 기억했는지 소리는 투정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가을로 접어드는 이른 아침 공기는 조금 쌀쌀하다 싶었지만 한번 숨을 크게 들여 마시고 나니 쌀쌀함은 금새 선선함으로 바뀌었고, 아침의 맑고 상쾌한 공기가 마음까지를 깨끗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아침 안개가 곱게 내려앉은 아침 길엔 아무도 지나가는 이가 없습니다. 그 길을 생전 우리가 처음 걷는 것처럼 우리는 손을 마주 잡고 걸었습니다. 작고 따뜻한 딸의 손을 마주잡는 즐거움을 참 오랜만에 확인하는 셈입니다.
길가엔 가을 들꽃들이 아름답게 피어 있었습니다. 제 선 자리 어디건 때를 따라 아름답게 피어나는 들꽃은 그 자체가 아름답습니다.
"저건 달개비, 저건 마타리, 저건 들국화, 저건 며느리밥풀꽃......."
풀섶에 핀 들꽃 하나하나를 찾아 이름을 확인하고, 모르는 것은 나중에 식물도감을 같이 찾아보기로 했습니다.'며느리밥풀꽃'에 얽힌 슬픈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습니다. 이야기를 들려주며 생각하니, 먹을게 턱없이 모자랐던 그 옛날의 궁핍함을 지금의 어린 딸이 얼마나 실감할 수 있을는지, 문득 세대간의 거리감을 느끼게도 됩니다. "옛날엔 그런 일이 있었단다." 며느리밥풀꽃 얘기를 그렇게 마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무더기 달맞이꽃이 모여 피어있는 곳을 지날 때 꽃에 가까이 다가간 딸이 감탄을 했습니다.
"이슬에 젖은 달맞이꽃이 이렇게 예쁠 줄은 몰랐네!"
딸의 감탄대로 이슬에 젖은 노란 달맞이꽃은 더없이 맑고 깨끗하게 예뻤지만, 달맞이꽃을 보고 감탄하는 어린 딸의 모습이 내겐 꽃보다도 예뻤습니다.
그 날밤, 잠들기 전 소리는 다시 한번 부탁을 했습니다.
"아빠, 내일 아침에도 깨워 줘."
"왜?"
"내일도 꽃산책 하게."
꽃산책, 딸은 그날 아침의 산책을 꽃산책이라 부르고 있었습니다. 어떨는지요. 가을로 접어드는 이 때, 사랑하는 자녀들과 꽃산책을 한 번 나서보면요.200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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