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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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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 명절
이국 땅에서 맞는 명절에는 애틋함이 있다. 마음속을 지나가는 가늘고 긴 떨림이라 해야 할까. 지난번 설날도 그랬다.
우리에겐 큰 명절이지만 독일사람들에겐 평범한 날 중의 하나일 뿐이다. 명절 분위기를 따로 내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그냥 지나가기엔 아쉬움이 남고. 멀리 있는 부모 형제들이 언뜻 언뜻 그리움으로 떠오르고. 그들은 명절이라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낼 것이고 세배를 드릴 것이고 정성껏 차린 명절 음식을 나누며 떨어져 사는 식구들에 대해 이야기 할 것이다.
설날을 두고 맞은 주일, 점심 식사 후에 윷놀이대회를 열었다. 우리끼리 맞는 명절을 아주 허전하지 않게 지키려는 애틋함이다. 문화부 주최로 대회를 열었는데 윷을 구하는 일부터가 쉽지 않았다. 윷을 가지고 있는 집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미 이국 생활에 그만큼 익숙해져서 우리문화로부터 그만큼 멀어진 것인지, 아니면 고국을 떠나며 정말로 챙겨야 할 물건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생각이 부족했던 것인지, 윷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묘한 느낌으로 와 닿았다.
지하 교육관에 모여 속별로 나누어서 대회를 했다. 가정 수가 적은 요한속과 에스더속이 한 팀으로 묶여 모두 네 팀이 되었다. 역시 한국사람은 한국사람, 윷놀이 대회가 시작되어 윷판이 벌어지자 이내 흥이 달아오른다. 함성과 박수, 말판을 두고 벌이는 실랑이, 던지는 윷의 높이와 낙(落)이냐 아니냐고 놓고 벌이는 설전, 아이와 어른이 어색함없이 한데 어울리는, 영락없는 한국의 한 시골마을 풍경이었다.
저만치 앞서가던 말이 거푸 터진 윷과 모에 잡혀 판세가 역전되기도 하고, 절묘하게 말판을 써서 위기에서 벗어나기도 하고, 윷은 윷만이 갖는 긴장과 재미가 있었다.
결국은 여호수아속이 우승을 하였다. 등수를 따라 상품대신 상금이 나누어졌다. 적은 액수지만 그래도 속별로 친교의 시간을 가지라는 배려였다. 이겨서 좋고, 져도 나쁠 것 하나 없는 흥겨운 시간이었다. 큰 소리로 웃고 떠들며 신명나게 한판 벌인 윷판, 이국에서 맞는 설날의 애틋함을 흥겨움으로 지우는 시간이었다. 2002.3.25
이국 땅에서 맞는 명절에는 애틋함이 있다. 마음속을 지나가는 가늘고 긴 떨림이라 해야 할까. 지난번 설날도 그랬다.
우리에겐 큰 명절이지만 독일사람들에겐 평범한 날 중의 하나일 뿐이다. 명절 분위기를 따로 내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그냥 지나가기엔 아쉬움이 남고. 멀리 있는 부모 형제들이 언뜻 언뜻 그리움으로 떠오르고. 그들은 명절이라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낼 것이고 세배를 드릴 것이고 정성껏 차린 명절 음식을 나누며 떨어져 사는 식구들에 대해 이야기 할 것이다.
설날을 두고 맞은 주일, 점심 식사 후에 윷놀이대회를 열었다. 우리끼리 맞는 명절을 아주 허전하지 않게 지키려는 애틋함이다. 문화부 주최로 대회를 열었는데 윷을 구하는 일부터가 쉽지 않았다. 윷을 가지고 있는 집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미 이국 생활에 그만큼 익숙해져서 우리문화로부터 그만큼 멀어진 것인지, 아니면 고국을 떠나며 정말로 챙겨야 할 물건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생각이 부족했던 것인지, 윷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묘한 느낌으로 와 닿았다.
지하 교육관에 모여 속별로 나누어서 대회를 했다. 가정 수가 적은 요한속과 에스더속이 한 팀으로 묶여 모두 네 팀이 되었다. 역시 한국사람은 한국사람, 윷놀이 대회가 시작되어 윷판이 벌어지자 이내 흥이 달아오른다. 함성과 박수, 말판을 두고 벌이는 실랑이, 던지는 윷의 높이와 낙(落)이냐 아니냐고 놓고 벌이는 설전, 아이와 어른이 어색함없이 한데 어울리는, 영락없는 한국의 한 시골마을 풍경이었다.
저만치 앞서가던 말이 거푸 터진 윷과 모에 잡혀 판세가 역전되기도 하고, 절묘하게 말판을 써서 위기에서 벗어나기도 하고, 윷은 윷만이 갖는 긴장과 재미가 있었다.
결국은 여호수아속이 우승을 하였다. 등수를 따라 상품대신 상금이 나누어졌다. 적은 액수지만 그래도 속별로 친교의 시간을 가지라는 배려였다. 이겨서 좋고, 져도 나쁠 것 하나 없는 흥겨운 시간이었다. 큰 소리로 웃고 떠들며 신명나게 한판 벌인 윷판, 이국에서 맞는 설날의 애틋함을 흥겨움으로 지우는 시간이었다. 200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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