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839.어떤 결혼식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53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

□한희철839.어떤 결혼식


결혼식을 하며 신랑 신부를 군(君)과 양(孃)이라 부르는 거야 당연한 것이면서도 왠지 군과 양이라는 호칭이 어색했고 미안하기도 했다.
신랑 49세, 신부 46세. 늦을대로 늦은 결혼이었다. 자칫 만남이 어렵지 싶은 나이에 두 사람은 우연히(그러나 기막힌 필연!)만나 잡다한 상념을 털기라도 하려는 듯 이내 약속의 자리에 섰다.
단강교회가 세워진 이래 교회에서 하는 첫번째 결혼식이었다. 주일예배에 잇대어 잡은 시간, 그래도 흔쾌히 부탁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이도 연소하고 해서 원하는 분 있으면 주례자로 모시라 했지만 굳이 주례를 내게 부탁했다. 뜻밖의 말은 의외로 거절할 수 없는 법, 거절을 못 하고 기꺼이 받아들였다.
양가 가족만 모여서 단출한 식을 올렸음 했던 처음 바램과는 달리 적잖은 동네잔치가 되고 말았다. 예배가 끝나기도 전 동네 꼬마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시작이 되자 하나씩 둘씩 동네 사람들이 늘어났다.
가운데 통로를 비우고 이웃교회에서 빌려온 주단을 깔았다. 수국이 곱다랗게 피어난 화분과 온갖 수수한 들꽃이 꽂힌 꽃병이 앞쪽으로 나란히 놓였다
신랑 입장, 무뚝뚝한 표정으로, 경직된 걸음새로 성큼성큼 신랑이 들어왔다. 때때로 취한 모습, 헝크러진 모습에 익숙해진 사람이었지만 날이 날, 그날만은 말쑥한 신랑이었고, 표정도 한없이 진지했다.
이윽고 신부 입장, 풍금 뒤 녹음기에서 울려 나오는 반주에 맞춰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신부가 저 앞 기다리고 있는 신랑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때맞춰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걸음걸음마다 터져 나오는 박수와 환호. 이내 신부 온몸에 부끄러움이 흐른다.(때론 나이란 게 얼마나 잘못된 선입견인가)
식이 모두 끝나도록 두 사람은 내내 떨었다. 쉽지 않은 자리, 쉽지 않은 만남, 홀로 먼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이 함께 서서 마음으로 새기는 거룩한 맹세, 내내 떨려 흔들리는 손끝꽃송이들이 찬란한 햇살 속 흩뿌리는 눈보라처럼 아름다웠다.
평생을 변함없이 사랑하겠노라,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잡고 약속을 했다. 그 약속 위에 손을 얹어 더뎠던 만큼 더 많이 사랑하시라 축원을 한다. 출발은 언제나 아름다운 것이었다.
(얘기마을1992)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9925 김남준 우리의 믿음 김남준 2009-06-28 3915
9924 이현주 대장장이가 쇠를 녹여 무엇을 만들고자 한다면 이현주 2009-03-20 3915
9923 이해인 달맞이 꽃 이해인 2008-03-28 3915
9922 이해인 등꽃 아래서 이해인 2006-11-02 3915
9921 이해인 내가 아플 때 이해인 2006-09-24 3915
9920 이현주 오직 기도가 있을 따름 이현주 2010-03-26 3914
9919 이현주 먼저 이현주 2009-03-31 3914
9918 이현주 원리는 원리요 법은 법이다 이현주 2008-04-21 3914
9917 필로칼리아 맹인(盲人) [1] 사막교부 2008-01-04 3914
9916 이현주 안식일의 비밀 이현주 2007-08-20 3914
9915 이현주 우상숭배 이현주 2008-09-23 3913
9914 이현주 참 사람이 되려면 이현주 2008-07-15 3913
9913 필로칼리아 죽음은 죽음일 뿐인가 사막교부 2007-09-23 3913
9912 한희철 밭을 사려면 변두리를 보라 한희철 2009-12-05 3912
9911 이현주 꿈에 대하여 잠들어 있으면 꿈을 꾸지 않는 것과 같다 이현주 2009-10-08 3912
9910 이현주 바리새인-우리는 왜 그를 죽여야만 했던가 이현주 2007-10-03 3912
9909 이현주 게임에서 중요한 것은 이현주 2009-11-20 3911
9908 임의진 [시골편지] 따뜻한 외등 file 임의진 2007-02-09 3911
9907 이현주 너에게 끌려 다니지 말고 너를 끌고 다녀라 이현주 2009-09-07 3910
9906 필로칼리아 영혼의 덕성이 주는 유익 사막교부 2007-08-15 3910
9905 김남준 하나님이 공동체에 임하실 때 김남준 2009-04-24 3909
9904 이현주 무엇이 우상입니까? 이현주 2008-07-15 3909
9903 이현주 여기 있으면서 이현주 2007-02-23 3909
9902 이현주 학문의 목적1 이현주 2006-11-06 3909
9901 이해인 새해에는 이런 사람이 이해인 2010-12-25 3908
9900 이현주 망고처럼 노란 눈(雪) 이현주 2010-03-01 3908
9899 김남준 세상에 대하여 교회가 필요한 것 김남준 2009-04-24 3908
9898 이현주 격이 다른 사람들 이현주 2009-01-08 3908
9897 이해인 그 사람의 향기 이해인 2006-11-02 3908
9896 김남준 주님의 눈으로 보게 하여 주소서 김남준 2009-07-27 3907
9895 이현주 착각 또는 무지 이현주 2009-02-10 3907
9894 김남준 평안의 복음 김남준 2009-07-09 3906
9893 필로칼리아 주의를 기울인다면 사막교부 2008-01-30 3906
9892 이현주 충분합니다. 아버지 이현주 2007-10-25 3906
9891 이현주 바람같은 사람 이현주 2011-03-13 3905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