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825.할머니의 주일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39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

□한희철825.할머니의 주일


주일 아침, 예배를 드리기 위해 교회로 들어서다 보니 예배당 한쪽 구석에 원 가방 하나가 놓여 있었습니다. 일할 때 들고 다니는 막가방이었습니다. 주저앉은 틈새로 물병과 호미자루가 배보였습니다,.
낮예배를 마치고 인사를 하나보니 가방은 허석분 할머니의 가방이었습니다. 할머니는 예배를 드리곤 곧장 밭으로 일을 나가려 아예 일가방을 챙겨가지고 내려온 것이었습니다. 인사를 마치자 할머니는 이내 강가 밭으로 일을 떠났습니다.
어둠이 내린 저녁예배 때에도 할머니는 일찌감치 앞자리에 앉았습니다. 주름진 얼굴이 벌겋게 그을린 채 였습니다. 사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난 자신이 없어집니다. 뭐라 할 말이 없어집니다. 넥타이 매고 양복입고 그럴듯이 하는 내 말이 한갖 부질없는 흰소리가 되고 맙니다.
예배를 마치고 인사를 하는데 “상추 좀 드릴까요?"‘ 할머니가 웃으며 물었습니다. 그것이 할머니의 사랑입니다. 할머니는 전하는 사랑이 적다 생각하여 조심스러워 하는 것입니다. 그런 조심스러움을 털며 ”좋지요“ 혼쾌히 대답을 합니다.
사실 난 상추를 좋아합니다. 석석 고추장을 발라 한입 가득 쌈을 싸먹는 것이 좋습니다. 더군다나 할머니가 키웠을, 할머니의 사랑이 담긴 상추인데요. 좋다는 대답에 할머니는 교회마당으로 내려가 우물가로 가더니 거기 놓아뒀던 가방을 들고 왔습니다.
가방을 가지고 오는 할머니 모습을 보는 순간 난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할머니가 손에 든 가방은 다름 아니 아침에 가지고 내려왔던 그 가방이었습니다.
그 가방이 말해주는 건 자명한 것이었습니다. 낮예배를 마치지 마자 강가 밭으로 일을 나간 할머니는 어둠이 내리도록 하루 종일 밭에서 일을 하고, 집에도 들릴 새가 없이 곧장 교회로 온 것입니다. 그렇담 점심은. 저녁은?
밭에서 먹었다고, 집에 올라가 한술 더 뜨면 된다고 식사하고 가라는 청 가볍게 물리며 가방을 열어 수북히 상추를 꺼내 담곤 어둔 작실길로 오르는 허석분 할머니. 두 눈이 뜨거워져 더는 아무말도 못하고 할머니 뒷모습을 어둠 속 멀거니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얘기마을1992)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9470 이현주 성경이 성경인 까닭 [1] 이현주 2008-07-24 3765
9469 한희철 2290 사람들이 산을 찾는 것은 한희철 2006-12-12 3765
9468 한희철 자루 속의 송곳은 감출 수가 없다 한희철 2011-03-27 3764
9467 이현주 지혜를 받아 드린다 이현주 2011-03-13 3764
9466 이현주 사람 되기 [1] 이현주 2006-11-06 3762
9465 이현주 이놈의 버르장머리 이현주 2010-03-01 3761
9464 이현주 모든 것이, 그로 말미암아 드러날 진실을 향해 춤추는 가짜였다 이현주 2009-12-09 3761
9463 이해인 시 읽기 이해인 2006-11-02 3761
9462 이현주 스승의 눈(마26:6-13) 이현주 2011-01-11 3759
9461 이현주 이상한 평가 이현주 2010-03-01 3759
9460 이해인 시를 쓰고 나서 이해인 2009-06-13 3759
9459 이현주 사탄의 일과 하느님의 일 이현주 2008-06-14 3759
9458 임의진 [시골편지] 쑥국 file 임의진 2007-04-05 3759
9457 김남준 각성된 모임과 예배 김남준 2009-04-12 3758
9456 김남준 싫증의 원인-인간의 불완전함 김남준 2010-07-09 3757
9455 이현주 모든 사람이 완벽한 사람이다 이현주 2009-10-08 3757
9454 이현주 인생이란 무엇일까? 이현주 2009-02-27 3757
9453 김남준 신비한 복음의 방식 김남준 2007-01-25 3757
9452 이해인 나무가 크는 동안 이해인 2006-07-23 3757
9451 이현주 어느 홍수 난 강에서 이현주 2008-08-25 3756
9450 임의진 [시골편지] 봄비 file 임의진 2007-02-26 3755
9449 이현주 진정한 들음(롬10:16-17) 이현주 2011-01-23 3754
9448 이현주 몰라서 그래요 이현주 2009-12-30 3754
9447 이현주 이상한 자유인 이현주 2008-03-22 3754
9446 김남준 불순종에 있는 죄인들이 김남준 2010-06-02 3753
9445 한희철 비 오는 것은 밥하는 아낙네가 먼저 안다 한희철 2010-04-10 3753
9444 김남준 진리와 지식 김남준 2008-12-27 3753
9443 김남준 여러분의 인생 목표는 무엇입니까? [1] 김남준 2006-10-23 3753
9442 한희철 범 본 여편네 창 구멍을 틀어막듯 한희철 2011-04-28 3752
9441 이현주 빛으로 말미암아 이현주 2010-02-08 3751
9440 이현주 非想非非想 이현주 2009-03-20 3751
9439 이현주 나는 누구인가? 이현주 2009-01-22 3751
9438 임의진 [시골편지]천체 망원경 file 임의진 2007-06-15 3751
9437 김남준 쓸모 없는 신자 만들기 다섯 단계 김남준 2010-08-29 3750
9436 이현주 사람이 종교보다 높다 이현주 2008-04-11 3750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