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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가면 손해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889 추천 수 0 2002.08.04 20:2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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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9 일찍 가면 손해  

프랑크푸르트교회에서 교인들 사이에 불문율처럼 통하는 말이 있다. 주일날 일찍 집에 가면 손해라는 말이다. 집에 일찍 가면 손해라니?
매주 맞는 프랑크푸르트교회의 주일 풍경은 대개는 일정하다. 1, 2부 주일예배를 드리고 나면 다같이 모여 점심식사를 한다. 빌려쓰는 예배당이 아니라 우리의 예배당을 가지고 있기에 음식으로부터 자유롭다. 된장 찌개를 끓여도 되고 오징어를 볶아도 된다. 누구의 눈치볼 일이 없다. 당연해 보이고 사소해 보이는 이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외국에서 살아본 이는 대번 알 수가 있다.
외국인 교회를 빌려 쓰다보면 제한 받는 건 시간만이 아니다. 아마 가장 큰 불편은 '냄새'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점일 것이다. 우리에겐 익숙하고 당연하고 반가운 냄새지만 빌려주는 이들에겐 고약한 냄새, 행여 냄새가 밸까 마음뿐일 때가 적지 않은 것이다. 아무런 구애 없이 한국음식을 마음껏 먹는 시간은 마음부터 홀가분하다. 그래서 그럴까, 온 교우가 모여 점심을 먹는 교제실엔 언제라도 웃음꽃이 활짝 피어난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나면 커피나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부엌에서는 순번을 따라, 혹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설거지를 한다. 드물지만 남선교회 회원들이 설거지를 맡을 때도 있는데, 그 모습은 낯설지만 아름답다. 그렇게 식사가 끝나고 나면 학생들과 청년들, 남자 어른들은 옷을 갈아입고 공원으로 나간다. 예배당 앞에는 큰 공원이 있는데, 축구 구장이 서너 개가 있다. 서로 편을 갈라 축구시합을 한다. 교회에서 제일 어른이신 유장로님도 빠지는 일이 거의 없어 교회가 젊은 교회임을 느끼게 해준다. 남자들이 축구를 하는 동안 여자 교우들은 공원 주변을 산책하거나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축구 시합이 끝나고 나면 그제야 식구들이 모여 집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모든 일정이 그렇게 끝나지 않을 때가 있다. 하루종일 같이 있었지만 그래도 헤어지기가 아쉬운 경우, 예정에 없었던 시간이 마련되기도 한다.
지난주가 그랬다. 설날 윷놀이대회에서 일등을 한 여호수아속이 상금을 가지고 속원들끼리 즐거운 시간을 갖기로 했는데, 마침 시간이 막 축구를 마쳤을 때여서 남은 교우들이 적지 않았다. 오붓한 시간을 갖기 위해 여호수아속만 모일 계획이었으나 갑자기 계획이 바뀌었다. 남은 교우 모두와 함께 시간을 갖기로 한 것이었다. 덕분에 여호수아속은 받은 상금보다 서너 배가 되는 비용을 지출해야 했다.
마침 쾰른에서 내려와 같이 예배를 드렸던 교우들도 함께 자리를 하게 되었는데, 그 중의 한 분이 저녁 시간 음식을 먹는 우리를 몹시 부러워했다. 독일교회를 빌려쓰는 쾰른 교회는 오후 5시만 되면 모든 일을 마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혼자 먹지 않고 흔쾌하게 나누는 '마음 착한 속'이 윷놀이대회에서 일등을 한 걸 감사하며 참 좋은 시간을 보냈다. 일찍 가면 손해인, 또 한번 그런 주일이었다. 20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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