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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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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769. 꽃댕이 헐머니
“내 나이랑 동갑이지유” 윤연섭 할머니가 그러시는걸 보면 꽃댕이 할머니 나이는 이번 설 쇠면 일흔 하나입니다.
윗작실에 사는 꽃댕이 할머니는 마을 대부분의 할머니가 그러한 것처럼 혼자 삽니다. 따로 할머니 이름이 없으련만 이곳에서 할머니 이름은 그냥 꽃댕이 입니다. 할머니 친정마을이 꽃댕이인 까닭입니다.
꽃댕이 할머니 얘길 여기에 함은 할머니의 고마움을 기리고자 함입니다. 꽃댕이 할머니는 올해도 광철씨네의 겨울김장을 담궈 주었습니다.
딱하기로 치자면 그중 마을에서 첫손인 광철씨네, 먼 친척도 집안 네도 아니지만 일흔이 넘은 할머닌 내 일처럼 김장을 담웠습니다.
돌보는 것도 한두번이래야지 가까운 집안네도 더는 눈을 돌린 그일을 할머닌 그렇질 않았습니다. 그 일이 벌써 몇년째인지 모릅니다.
노인네가 두레박질로 우물에서 물을 길어 배추를 씻고 절구고 김장을 담군 것입니다. 광철씨네로선 한 겨울 거의 유일한 찬이 될 김장을 말입니다.
딱한이의 사정 딱한 이가 안다고 자식 다 떠나 보내고 홀로 사는 아픔을 할머닌 딱한 광철씨네를 향하여 따뜻하게 풀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뒤늦게서야 그 얘기를 들으며 심한 부끄러움을 느낌니다. 정말이지 거룩한 삶이란 그렇게 남모르는 곳에서 아주 작은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입니다. 꽃댕이 할머니의 모습 앞에 내 삶이란 알량한 부끄러움 뿐이었습니다.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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