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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지게 그늘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90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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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500.지게 그늘


달리는 오토바이를 핑계 삼아 못 본 척 그냥 지나쳤지만 아닙니다. 분명 보았지요.
강물 흐르는 강가 담배 밭. 지난해 물난리로  형편없이 망가진 밭을 그래도 땀으로 일궈 천엽따기 까지 끝난 담배 밭, 대공들만 남아 선 담배 밭 한 가운데 두 분은 계셨지요.
불볕더위 속 담배 대공 뽑다가 세워놓은 지게그늘 아래 앉아 두 분은 점심을 들고 계셨지요.
이글이글 해가 녹고 가만히 있어도 비 오듯 땀  줄기가 온 몸을 흐르는 더위. 밭 한가운데 지게를 세우고 지게 그늘 속 두분이 마주 앉아 점심을 들 때 난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지게 그늘, 그 좁다란 그늘을 서로 양보하고 마주 앉아 밥을 뜨는 당신들을 그냥 쉽게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못 본 척 그냥 지나쳤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엄연한 노동의 한 모습으로, 함께 사는 이가 나누는 가여운 사랑의 모습으로 가슴 속에 선명하게 남았습니다.(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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