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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3. 쓰레기 농촌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74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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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383.쓰레기 농촌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의 이름은 섬뜰이다.
반장님께 들으니 동네 사면이 물인데서 섬뜰이란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앞쪽으론 남한강이 흐르고, 뒤쪽엔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담은 호수같은 저수지가 있고 양쪽으론 개울이 있다.
섬뜰, 그 얼마나 그윽하고 시적인 이름인가.
그러나 이름과는 달리, 이름에서 전해지는 느낌과는 달리 사면의 물은 맑지도 깨끗하지도 않다. 점점 더러워지고 있다.
특히 양쪽 개울이 더 심하다. 비닐, 깡통, 빈병등 온갖 오물과 쓰레기로 개울이 지저분히 덮여가고 있다.
마을에 쓰레기장이 따로 없다보니 그중 쉽게 버릴 수 있는 것이 개울이었던 것이다. 그저 버리면 썩고 말 것들 분인 옛날과는 달이 요즘엔 대개가 그대로 남아있는 것들뿐이다. 여름에 장마 한번 지고나면 깨끗이 쓸어가니까 하는 마음도 개울에 쓰레기를 버리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강에서 올라온 팔뚝만한 메기를 잡던 개울가에 이젠 피라미도 보이지 않게 되고 말았다.
나뒹구는 농약병을 볼 때마다 저게 흘러 강으로 가고 그 강이 흘러 서울 사람 식수가 될 텐데 생각하면 아무리 물에 자정능력이 있고 사람이 만든 처리 시설이 있다 해도 오싹하지 않을 수가 없다. 쓰레기 수거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군에 건의도 해 보았지만 예산을 이유로 감감무소식이다.

하루라도 술을 들지 않으면 견딜 수 없어 하는 분들이 마을에 몇 분 있다. 밥은 안하고 술로 며칠을 견디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술기운에 의지해 지어온 농사, 술 먹지 않고는 맨정신으론 짓기 힘든 농사일을 두고는 자신도 모르게 솔에 사로잡힌 것이다.
퀭하니 마른 몸매, 굽은 허리에 얼큰한 모습으로 지게를 지고 가는, 길섶 아무데고 쓰러져 누운 안스런 모습도 드문 일이 아니다. 어쩜 그분들은 그렇게 술로나 괴로움을 달래다가 삶을 마감할 것 아닌가 하는 암담한 생각을 쉽게 떨칠 수가 없다.
마을은 맑은 물 죽이며 사방 쓰레기로 덮여가고, 그나마 남은 이들까지 술기운에 쓰러져 가고

오늘의 농촌은 쓰레기 농촌이다.
누구도 거둘 생각 않는 쓰레기가 쌓여간다.
번창한 나뭇가지들이 저 높다란 곳에서 시원한 바람 쐬며 유유자적할 때 조금씩 조금씩 뿌리가 썩어가고 있는 걸!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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