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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들깨는 주지 않는다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58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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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253.들깨는 주지 않는다


가을걷이가 끝나고 달라진 것 중의 하나가 버스입니다.
바쁜 농사철엔 거의 비어 다니던 버스가 요즘엔 손님들로 붐빕니다. 바쁜 농사일로 미루어 온 나들이를 한가한 철을 틈타 나서는 것입니다.
시골버스는 재미있습니다.
거개가 아는 사람이고, 그러다 보니 버스 안은 언제나 얘기꽃이 피고 웃음이 터집니다. 이놈 저놈 노인네들이 농을 건네며 가는 세월을 자조하기도 합니다.
며칠 전 귀래를 돌아 원주로 나가는 버스를 탔는데 앞에 앉은 노인 몇 분이 농사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들깨 얘기가 나왔습니다.
농사 지은 것 자식네 다 줘도 들깨는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처음 듣는 말인지라 그 이유가 자못 궁금했습니다. 한참 귀를 기울인 끝에 얘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들깨는 참깨와 달리 옮겨 심어야(이식)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혹시 자식 네가 두 번 살림을 낼까 걱정했던 것입니다.
뭐 그리 가리는 게 많냐는 흔한 질책이 아니라, 그토록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던 조상들의 삶의 신중한 태도가 여간 미덥지를 않았습니다.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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