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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우린 가난합니다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81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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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33.우린 가난합니다


“우리는 가난합니다.”
더는 허름할 수 없는 언덕빼기 작은 토담집, 시커멓게 그을린 한쪽 흙벽엔 그렇게 써 있었다.
또렷한 글씨.
5학년 봉철이었을까, 중학교 다니는 민숙이였을까.
누가 그 말을 거기에 그렇게 썼을까?
아까운 줄 모르게 던진 나무단 불길이 반디 같은 불티를 날리며 하늘 높이 솟고, 갑작스런 부음에 놀라 달려온 마을 사람들 불가 둘러섰을 때, 불길에 비친 까만 벽의 하연 글씨.
“우리는 가난합니다.”
보건소장님의 연락을 받고 작실로 올라갔을 땐, 이미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입으로 코로 흰 거품을 뿜으며 아무 의식이 없었다. 혈압 240-140. 후레쉬로 불을 비춰도 동공에 반응이 없었다.
변정림 성도.
한동안 뵙지 못한 그 분을 난 그런 모습으로 뵈야 했다. 갑상선으로 목이 부어 여러 해 고생하던, 짧지만 함께 신앙생활하던 그분은 더없이 초라하고 고통스런 모습으로 누워 있었다.
그분의 고통을 덜자고 한땐 폼 잡아, 아니 가난하지만 주머닐 정성으로 털어 돈을 모으기도 했던 우리들. 감수해야 할 수술의 위험을 본인이 꺼려 결국 두세 번 병원 들락거린 것이 고작이었던, 그걸 핑계 삼아 혹 누가 물으면 우린 그래도 우리 나름대로 할 바를 했습니다 라는 대답거리를 가짐으로 그럴듯이 그분의 아픔으로부터 거리를 뒀던 우리들.
괴롭고 초라한 모습은 <그래 너희들 마음일랑 내게서 얼마만한 거리였냐?> 되묻고 있었다.
얼마 전 광철씨에게 전한 티를 입고 있었는데 가슴에 “젊은이여 일어나라!”라 쓰인 티였다.
일어나라고?
이상하게도 그 말은 참담한 마음속을 가시처럼 걸어다녔다. 하나님 지켜 달라는, 어찌보면 의례적인 기도를 끝으로 변정림 성도는 서럽디 서러운 삶을 마쳤다.
둘러선 사람들과 불을 쬐다 문득 발견한 글자 “우린 가난합니다.”가 아까 가슴에 쓰인 “젊은이여 일어나라.”와 겹쳐선 그냥 울고 싶었다.
못 풀고 간 설움, 꽁꽁 못질하듯 가슴 속에만 담고 간 설움을 그냥 그냥 울고 싶었다. 쯧쯧, 그나마 떼거지 된거 아니냐며, 혀를 차는 한숨 동정 속에서.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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