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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사랑의 헌금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72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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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04.사랑의 헌금


 주일 저녁예배.
오늘은 특별히 박종구씨 가정을 위해 예배를 드리는 날이다.
박종구씨는 변정림씨 남편인데, 얼마 전 발에 심한 동상이 걸렸다.
술에 의지해 살아온 박종구씨. 술에 취하면 고래고래 큰소리가 작실 골짜기 밤 늦게 까지 가득하다. 얼마 전 동네에 결혼식 잔치가 있던 날 몹시 춥던 날이었는데, 그날 동상이 걸렸다.
한낮에 술에 취한 채 나간 박종구씨를 밤 11시경이 되어서야 윗작실 논배미에서 발견한 것이다. 길을 가로질러 가던 동네 아주머니가 발견했다는 것이다.
연락받은 집배원 아저씨가 놀라 달려갔을 땐 온 몸이 얼어붙어 움직일 수가 없는 상태였다는 것이다. 짚단에 불을 놓아 한참을 녹인 다음에야 겨우 등에 업고 집으로 내려올 수가 있었는데, 그 사이 발에 심한 동상이 걸린 것이다.
얘길 듣고 찾아가 보니, 발은 양쪽 다 퉁퉁 부은 채 시커멓게 죽어 있었다. 딱한 사람들. 부인에, 서른 넘은 두 아들에, 아버지 쓰러져 있는 걸 알면서도 집으로 모셔올 줄 몰랐다니.
그렇게 부인은 갑상선으로, 남편은 심한 동상으로 가뜩이나 어렵고 막연한 생활이 더욱 어렵게 되었다.
어떤 분은 방송국에나 알려보지 그러냐고 했지만, 아픔 나눠야 할 이를 뛰어넘은 도움이 결코 올바른 일은 아니지 싶었다. 회의를 통해 그 가정을 위해 예배를 드리기로 하고, 사랑의 헌금을 모으기로 했다. 적더라도 정성껏 참여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저녁예배, 많지도 않은 우리는 모여 눈물 속 예배를 드렸다. 예배를 드리는 마음이 착잡하게 가라앉아 숙연하기까지 했다. 손 내민 거지에게 전할 돈이 없어 “미안합니다. 형제여, 아무것도 전할 게 없군요.” 하며 거지의 손을 잡았던 뚜르게네프.
“아닙니다, 선생님. 저는 이제까지 그 누구에서도 받아보지 못한 가장 좋은 선물을 선생님께 받았습니다.” 했다는 거지. 설교시간에 마태복음 25장과 함께 뚜르게네프 얘기를 했다.
그리곤 사랑의 헌금시간. 어렵긴 매한가지인 신 집사는 도무지 돈이 없어 대신 쌀을 가져왔노라며 제법 쌀이 담긴 비닐부대를 바쳤다. 안스런 표정과 함께. 이석근 성도는 모르고 왔노라며 오천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아내는 돼지를 바쳤다. 소리 돌때 바이얼린 사 준다며 한푼 두푼 키워왔던 돼지.
그렇게 정성이 모인 헌금함을 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기도를 한다. 드린 헌금이, 헌금 속에 담긴 우리들의 작은 사랑이 어려움 당한 박종구씨 가정 일으키는데 도움 되게 해달라고 우리의 부족함을 불쌍히 여겨 달라고.
우리가 드린 헌금은 모두 팔만 이천 구백원이었다. 누구 하나 넉넉한 이 없이 어려움 속에서 드린, 어려움 속에서 어려움 나눈 거룩한 액수다.
사랑이여, 우리들의 이 작은 사랑이여. 턱없는 아픔 감싸기엔 손바닥만한 작은 사랑이여. 불쑥 전하고 말 일이면 오히려 쉬운 일, 이제부터의 모든 일이 부디 의무감에서가 아니길.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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