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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영이에게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832 추천 수 0 2002.08.07 10:3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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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8  규영이에게

규영아, 어느 날 짐을 정리하다가 공책 한 권을 보게 되었는데 독일로 떠나오기 전에 네가 쓰던 일기장이더구나. 단강초등학교에서는 일기를 숙제로 쓰게 했고, 날마다 선생님이 검사를 했지.
네 일기는 독일로 떠나오기 직전에 쓴 일기들이었는데, 마지막 날 일기의 제목은 '전학'이더구나. 네가 어떤 마음으로 떠나왔을까 읽어보게 되었는데 읽다말고는 울컥 목이 메었단다.
"선생님, 전 독일에 갑니다.
저희 가족은 독일로 이사를 갑니다.
선생님, 학교는 내일이 마지막입니다.
화요일은 외할머니 네로 독일어를 배우러 갑니다.
선생님, 잘 계시길."지우개로 지웠지만 희미하게 남은 글씨의 흔적도 있더구나. "참 슬펐다. 난 그 때 이별이란 슬픈 것이란 걸 알았다."
아빠 엄마에게는 첫 목회지이지만 너희들에겐 고향인 단강, 태어나 자란 고향을 떠난다는 것이 쉽지 않았겠지. 몇 안 되는, 그러기에 형제처럼 가까웠던 동네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이 어찌 쉬웠겠니.
오늘 아침엔 갑자기 날이 흐려지면서 비가 내렸지. 너와 같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엄마가 수업이 끝날 시간이 되어 우산 두 개를 챙겨들고 학교로 갔단다. 엄마를 기다리고 있는데 저만치 네가 뛰어가는 모습이 보이더구나. 너를 불렀고, 우산을 전해주었지. 너는 체육을 해야 한다면서 서둘러 자리를 떴고.
부슬부슬 비가 오는데도 학교 운동장에는 쉬는 시간을 맞아 아이들이 가득했지. 눌러놓았던 수많은 용수철들이 한꺼번에 튀어 오른 듯 아이들은 저마다 함성을 쏟아놓으며 운동장에서 놀더구나. 서른 두 개 나라 아이들이 모였기 때문이었을까, 정말 운동장은 정신이 없을 정도였어. 혹시 그 중에 네가 있을까 싶어 운동장을 둘러볼 때 저만치 네 모습이 보였지. 아무리 아이들이 많아도 아빠가 너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단다.
너는 한 쪽 편 나무 아래에서 나뭇잎을 따려는 듯 껑충 뛰어오르고 있었지. 혼자 그러고 있더구나. 모두들 서로 어울려 왁자지껄 운동장이 터질 것 같은데 너는 혼자더구나.
순간 아빠 눈은 뜨거워져 우산 높이를 낮춰야 했단다.
규영아, 힘들고 어려워도 네가 잘 이겨내었음 좋겠구나. 네가 어디에 있어도, 누구와 같이 있어도 같이 살아가는 힘과 마음과 비결을 배웠으면 좋겠구나. 지금 보내는 이 시간이 하나님의 긴 이끄심 안에서 유익한 시간이 되기를 빈다. 너를 사랑한다! 200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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