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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9. 못지킨 약속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57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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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369. 못지킨 약속

 

당신들과의 약속을 이렇게 지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우들께 이야기하지 말아 달라 부탁을 했지만 부탁을 기억하면서도 난 이곳에 이렇게 당신들 이야기를 적고 있습니다. 

당신들의 일하는 모습을 볼 때부터 그 모습이 하도 귀해 어떻게든 이야기를 나눌 마음을 먹었으니, 변명처럼 이야기하자면 굳이 당신들의 부탁을 웃음으로 받았던 건 그 때문이었고 굳이 구별해서 이야기하자면 나는 지금 약속을 못 지키는 것이 아니라 부탁을 들어드리지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절친한 친구 사이인 당신들이 새롭게 신앙생활을 시작하겠다고 단강을 찾았을 때 사실 반갑고 고마운 마음 만큼이나 조심스러운 마음도 있었습니다. 십여년 동안의 믿음의 공백을 내가 메울 수 있을까 하는 개인적인 조심스러움은 물론 농촌교회가 당신들을 편히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조심스럼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당신들과 어울릴만한 같은 연배의 신앙인이 없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하지만 당신들은 그런 염려와는 상관 없이 정말 꾸준히 신앙생활을 이어 오고 있습니다. 

원주와 문막, 가까운 거리가 아니면서 아침일찍 서둘 떠나 예배시간 전에 단강에 도착해선 먼길 걸어오는 교우들을 위해 차로 마중을 나가곤 했지요. 

당신들이 자원해서 ‘단강감리교회’라 쓰인 아크릴판을 차에 붙인 모습을 보았을 때 무엇보다 고마웠습니다. 우리들의 그 많은 부족함에도 기꺼이 한 식구가 되려는 당신들의 노력 이 따뜻함으로 전해져 왔습니다. 

여주 도자기 공장을 방문했던 놀이방 소풍 때도 당신들은 기꺼이 차를 가지고 들어와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를 해 주었지요. 외로울 수 있는 작은 놀이방의 소풍에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교회를 다니며 교회 구석구석을 살피던 당신들은 당신들이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였고 서로가 약속하여 어려운 시간을 내었습니다. 깨끗하고 아름다워야 할 시골 마을 예배당이 사실은 구석구석 엉망이었습니다. 손봐야 할 곳도 많고 치워내야 할 것도 많았습니다. 

온갖 연장들을 다 챙겨 가지고 들어와 예배당 천장 무너진 천반을 다 고쳤고, 교회 마당으로 들어서는 입구를 돌들로 잘 쌓아 예배당으로 들어서는 마음까지를 예쁘게 단장시켜 주었습니다. 

다음날은 밤새도록 비가 왔고 또 아침에도 비가 내려 병원 심방을 다녀왔지요. 병원에 입원한 분들이 서너 분 있어 한나절 병원을 다녀왔습니다. 다녀와 교회 마당으로 들어설 때 사실 깜짝 놀랐습니다. 당신들은 빗속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비는 여전히 내리는데 빗속에서 고장난 수도를 고치고 파이프를 연결하고, 그 궂은일을 빗속에서 하다니요. 

“잘 다녀오시냐”는 환한 웃음으로 건네는 인사를 받을 때 가슴이 찡했습니다. 

더더군다나 가슴이 뭉클했던 건 등나무 아래 놓인 취사도구였습니다. 사모님께 폐 안 끼치겠다며 당신들은 아예 취사도구까지를 챙겨와 등나무 아래에서 라면을 끓여 드셨더군요. 

우중에 당신들이 일하러 다시 들어오는 것을 알았다면 아내가 병원 심방에 동행을 했을까마는, 설마 당신들이 또, 그것도 비가 오는 날에 다시 들어오리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했드랬습니다.

“교우들 모두가 연로하시고 농사일에 바쁜데, 우리가 해야지요.” 그래요. 정말 듬직하고 고마운 말씀이었습니다. 큰 위로와 힘을 얻었습 니다. 

우리의 정성으로 예배당 구석구석이 깨끗해질 때 우리가 사랑하는 하나님도 모처럼 세수를 하시는 셈이겠지요. 당신들의 고운 정성으로 세수를 하신 하나님 얼굴이 모처럼 환합니다. 알리지 말아 달라한 약속을 못 지켜드려 송구스럽습니다. 

내 마음을 차고 넘친 감동의 파고를 나로선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겨우 이름 석자 가리는 걸로 당신들의 당부를 기억하는 저를 너그럽게 이해해 주십시오. (얘기마을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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