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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5. 망탱이 속의 새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61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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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245. 망탱이 속의 새

 

윗작실 맨 끄트머리 집에 이한조 할아버지가 삽니다.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 이태전 병을 되게 않아 기력이 많이 약해졌지만 그래도 할아버진 여전히 농사를 집니다. 

점점 묵어 내려오는 논밭. 그걸 어떻게 만들었는데 묵힐 순 없지, 그냥 걷기도 불편한 다리, 소를 몰아 쟁기질을 할 때면 소를 호령하는 소리, 앞 뒷산이 쩌렁쩌렁 합니다. 

스스로도 느끼는 쇠약함을 그렇게 가리는 것이지요. 그런 맘 아는지 모르는지 소는 묵묵히 논을 갑니다. 

며칠전, 할아버지가 콩을 심기로 한 날입니다. 콩을 담아 나가려고 벽에 걸어놨던 망태기를 꺼내던 할아버지는 이내 망태기를 도로 벽에 걸어 놓았습니다. 망태기 안에 새 새끼들이 들어 있었던 것입니다. 

언제 둥지를 들어 알을 갔고, 언제 알을 품어 새끼를 깠는지 어미가 물어오는 먹이를 기다리는 새끼들 너댓마리가 망태기 안에 들어있었던 것입니다. 

“어허 ? 고놈들!” 행여나 새끼들 다칠세라 행여 어미새 노여움 살세라 조심스레 조금 전 그자리에 그대로 올려놓았습니다.

색깔과 울음소리가 예쁜 어미새는 연신 먹이를 구해 할아버지 집 벽 한 견에 내결린 망태기 속을 들락거립니다. 머잖아 새끼새들의 가슴에도 날개가 돋고, 그러면 얼마후엔 둥지를 떠나겠지요. 

새 가족이 누리는 단란함 뒤에는 할아버지의 말없는 자순한 사랑이 있습니다. 

(얘기마을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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