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943. 철지난 얘기지만 하자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69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

□한희철943. 철지난 얘기지만 하자.


 메주를 쑤자는 얘기가 나왔다. 어디서 들었는지 메주를 쑤어서 팔면 뭔가 기금을 마련할 수 있을 거라며 메주를 쑤자 했다. 몇몇 여선교 회원들이 모여 생각을 짜내더니 돈을 둘러 콩을 샀다.
값싼 수입공이 판을 치느니만큼 좋은 콩을 사야한다며 동네 집집의 콩을 선별해서 사들였다. 담배콩은 제외됐다. 담배 거둔 뒤에 심은 콩은 지력이 약해진 땅에서 자라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사들인 콩이 두 가마가 넘었다.
메주를 쑤던날. 때마침 눈보라가 몰아쳤다. 그렇다고 그것이 열심을 식히진 못했다. 교회주방에 걸린 가마솥 두 개, 동네에서 빌려온 가마솥 두 개, 지집사님네 부엌의 가마솥, 김 영옥 속장님네 가마솥, 엄청난 양이 었다.
치화씨와 광철씨. 정은근 집사등 남자 교우들이 나와 나무를 해 댔다. 뚝딱뚝딱 남자들이 움직이니 적지 않은 땔감도 걱정이 없었다. 병철씨도 나와 일을 거들었다. 한나절을 때자 김들이 올랐고 콩들이 노랗 게 익어가기 시작했다. 구수한 냄새가 퍼졌다.
마당에 걸었던 솥 두개가 불을 때자 한쪽으로 위태하게 기울어졌다.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솥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것이었다. 굵다란 막대기로 솥을 받쳐 쓰러짐을 막는다. 쓰러짐을 막는 버팀목 위태한 임시방편. 그래도 솥은 끝까지 잘 견뎌 주었다.
겨울방학에 들어가는 놀이방에 나무 기둥들이 세워지고 주렁주렁 메주들이 매달렸다. 교우들이 밤 늦게까지 매달렸다. 할머니들의 주름진 손끝에서 메주가 만들어졌다. 나이론 끈을 버리고 짚으로 메주를 매달았다. 할 수 있는 한 옛식을 따르고 싶었다.
용두동교회 여선교회에서 전량을 수매했다. 값을 묻지 않고 들인 정성을 배려어린 정성으로 받는 고마운 분들, 좋은 장맛을 빌며 전해드렸다.
첫 사업, 하나님께 드리자고, 우리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자고 한껏 고집을 부렸지만 끝내는 마음뿐이었다. 옳고 좋은 일이지만 부담으로 남아있는 교회의 얼마간 빛을 두곤 그런 일이 만용처럼 여겨졌던 것이다.
 "다음번엔 꼭 그렇게 하죠" 목사님 뜻 못 따라 죄송하다며 여선교 회장인 이종태 권사님은 메주 판 이익금을 헌금으로 바쳤다.
억지로 할 순 없는 일, 좋은 기회를 놓쳤다는 아쉬움 속으로 작은 안도감이 묘하게 찾아들었다.
 갚아야 할 빛이 내게도 적잖은 부담이었던 것이다. 다음번엔 우리가 정말 할 수 있을지.
(얘기마을1993)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10450 이현주 세상에서 제일 귀중한 것은 무엇이니? 이현주 2007-08-20 4129
10449 이해인 당신에게 이해인 2007-01-19 4129
10448 한희철 철들자 망령 한희철 2010-04-02 4128
10447 이해인 가벼운 게 좋아서 이해인 2009-03-01 4128
10446 필로칼리아 황량한 영혼 사막교부 2008-08-03 4128
10445 이현주 모든 것이 네 안에 있다 이현주 2008-06-14 4128
10444 필로칼리아 영원한 것과 한시적인 것 사막교부 2008-09-20 4126
10443 필로칼리아 우매 사막교부 2008-04-16 4126
10442 김남준 변화된 삶, 변화된 기도 김남준 2007-06-30 4126
10441 김남준 육체의 부활 김남준 2007-05-06 4126
10440 이해인 가신 이에게 -갈꽃 같은 얼굴로 이해인 2008-01-16 4125
10439 필로칼리아 하늘 영광 구하기 사막교부 2007-07-28 4124
10438 이현주 하늘이 잠잠할 때 11 이현주 2007-03-26 4124
10437 이현주 태어난다는 말은 태에서 나온다는 뜻? 이현주 2007-02-23 4124
10436 이해인 나를 길들이는 시간 이해인 2009-05-17 4122
10435 임의진 [시골편지]페인트 도색공 file 임의진 2007-11-14 4121
10434 이해인 죽음을 잊고 살다가 이해인 2008-03-28 4120
10433 김남준 예수님의 재림 김남준 2007-05-06 4120
10432 이현주 존현 다음은 친친親親이다. 이현주 2006-12-23 4120
10431 이현주 9경(經)-존현(尊賢) 이현주 2006-12-23 4119
10430 이현주 나무를 옮겨 심을 때 이현주 2006-11-14 4118
10429 한희철 자로 사랑을 재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 한희철 2010-04-10 4117
10428 필로칼리아 만족 사막교부 2007-10-19 4116
10427 김남준 남편들이여 -애완견 사랑대 인격적 사랑 김남준 2007-12-07 4115
10426 이현주 하늘의 달이 네 개 이현주 2007-11-10 4114
10425 홍승표 [김성숙] 뿌리 홍승표 2006-03-21 4114
10424 이현주 희언자연(稀言自然) (전5:1) 이현주 2010-09-19 4112
10423 이해인 달력과 나 고도원 2009-06-13 4112
10422 홍승표 [이선관] 생명의 무게 홍승표 2006-03-21 4112
10421 이해인 민들레 -밤낮으로 틀림없이 이해인 2008-02-17 4111
10420 이해인 꽃 한 송이 되어 이해인 2007-03-23 4110
10419 이현주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자녀지만 이현주 2010-03-01 4109
10418 이해인 수도원 복도에서 이해인 2008-05-16 4109
10417 이해인 천리향 이해인 2008-02-17 4109
10416 김남준 남편들이여- 자기 아내를 아는 지식을 따라 김남준 2007-12-07 4109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