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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0.돌아가는 길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77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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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810.돌아가는 길


돌아가는 길은 아무래도 편하다.
맡은 순서가 있어 부곡을 다녀오는 길, 전날 찾아갈 때만 해도 처음 길인지라 여러 번 물어야 했고, 시간에 쫓겨 자주 시계를 보는 등 마음이 바빴다. 먼 길, 차창 밖으로 계속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맡은 순서에 대한 부담 때문에 비 내리는 창밖 풍경을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길은 다르다.
일을 마쳤다는 홀가분함과 어제 왔던 길, 아는 길이라는 여유가 한껏 마음을 편하게 한다. 빈  자리가 더 많은 직행버스 차창에 기대 창밖으로 눈과 마음을 주며 모처럼 여유를 즐긴다.
내린 비로 얼굴을 말갛게 씻은 산, 그 산으로 번져가는 연초록빛 물결, 흐린 하늘 사이사이로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 산허리를 감싸 안고 잠시 흐름을 잊은 구름, 곳곳의 산소, 대구 쪽의 산소 봉분이 다른 곳에 비해 더 봉긋하지 싶고, 부유물 누렇게 떠가는 불어난 강물, 과수원 복숭아 연분홍 빛 귀여운 꽃, 휘휘 편하게 늘어진 산세, 그러다 심심하면 책도 좀 보고, 잠깐 잠 아닌 눈도 붙이고, 북상하는 꽃소식의 뒷모습도 보고.
이 세상 마치고 돌아가는 길, 그 길도 오늘처럼 편했으면. (얘기마을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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