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768.시영 아버지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409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

□한희철768.시영 아버지


“목사님, 우리 영국이의 시영아버지가 되어 주세요.”
영국이 어머니를 만났더니 뜻밖의 말을 했습니다. 시영아버지가 되어 달라니 그게 무슨 얘길까 이유를 물었더니 대답이 또한 뜻밖이었습니다.
영국이 어머니는 절에 다닙니다. 어느 날 절에 들린 김에 스님에게 영국이 얘길 했습니다. 막내인 영국이는 지난 가을부터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교회에서 하는 공부방에 다니기 시작한 게 교회에 나오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당신과는 다른 신앙의 길을 걷게 된 아들 얘기를 스님께 했던 것인데 그 얘기를 들은 스님의 처방(?)이, 아들이 나가는 교회의 목사님더러 아들의 아버지가 되어 달라 했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인연을 맺는 것을 이곳에선 ‘시영 건다’ 하는데, 그런 뜻에서 영국이 어머니는 영국이의 시영 아버지가 되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순간적이었지만 그 스님의 대답이 기발하고도 재미있었습니다. 또한 왠지 모를 배려로도 느껴졌습니다. 스님이, 서로 다른 신앙을 갖게 된 얘기를 꺼낸 어머니께 목사와의 부자지간의 인연을 권했다니, 그건 정말 뜻밖의 얘기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런 얘기를 하는 영국이 어머니의 진지한 표정이, 스님이 전한 쉽지 않은 권유와 겹쳐 잠시 멍한 감정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이 젊은 목사가 영국이 처럼 다 큰 아들을 둘 수 있겠느냐?” 는 농섞인 대답을 영국이 어머니는 농으로 받으려 하질 않았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런 얘기를 하는 영국이 어머니의 마음은 결코 가볍지도 쉽지도 않을 것이었습니다. 뭔가 분명한 대답을 내게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그건 아들에 대한 ‘전적인 위임’의 뒷모습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어머니의 당연한 요구이기도 했습니다. 맞는 대답이 필요한 순간이었습니다.
“하나님을 믿으면 누구나 다 하나님의 아들 딸이 되고, 하나님은 믿는 자들의 아버지가 되어 주시는 것이니 굳이 목사가 아버지가 안 되어도 괜찮다.”는 대답이 아들을 하나님께 맡기는 영국이 어머니에겐 얼마나 든든하게 들렸을지 모르겠습니다. 얘기를 들으며 어렴풋한 표정으로 영국이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얘기는 그렇게 끝났습니다. 그러나 영국이 어머니가 내게 남긴 부탁의 의미는 두고두고 무겁게 가슴에 남았습니다.
그러고 보면 엄밀한 의미에서 목사란, 모든 이들에게 시영아버지로서의 관계를 요청받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1992)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12130 한희철 1120. 신비한 밤 한희철 2002-01-02 4411
12129 이현주 억울한 일을 당할 때 [1] 이현주 2007-02-10 4411
12128 한희철 502.밥 탄내 한희철 2002-01-02 4410
12127 한희철 1491. 뜻대로 되지 않을 때 한희철 2002-01-02 4410
12126 한희철 729.나무 한희철 2002-01-02 4410
12125 한희철 786.심심한 보름 한희철 2002-01-02 4410
12124 한희철 618.담 한희철 2002-01-02 4410
12123 한희철 631.고향 한희철 2002-01-02 4410
12122 한희철 1068. 도둑 한희철 2002-01-02 4410
12121 한희철 1461. 대학원 한희철 2002-01-02 4410
12120 한희철 700.단강의 아침 한희철 2002-01-02 4410
12119 한희철 992. 특별한 친절 한희철 2002-01-02 4409
12118 한희철 1097. 사랑의 비누 한희철 2002-01-02 4409
12117 한희철 1165. 미발이 한희철 2002-01-02 4409
12116 한희철 1276. 너무 많은 것을 품지 말것 한희철 2002-01-02 4409
12115 한희철 947. 아버지의 걱정 한희철 2002-01-02 4409
12114 한희철 1000. 할머니의 눈물 한희철 2002-01-02 4409
12113 한희철 1389. 태권도 한희철 2002-01-02 4409
12112 한희철 41.나이떡 한희철 2002-01-02 4409
12111 한희철 1067. 어처구니 없는 한희철 2002-01-02 4409
12110 한희철 1460. 솔직한 기도 한희철 2002-01-02 4409
» 한희철 768.시영 아버지 한희철 2002-01-02 4409
12108 한희철 310.짧은 여행 한희철 2002-01-02 4409
12107 홍승표 [에픽테투스] 잃음 홍승표 2006-04-03 4409
12106 한희철 1287. 큰 비 오던날 한희철 2002-01-02 4408
12105 한희철 1316. 주보 발송 작업 한희철 2002-01-02 4408
12104 한희철 574. 당신께 드립니다 한희철 2002-01-02 4408
12103 한희철 1434. 외양간 전시회 한희철 2002-01-02 4408
12102 한희철 31.오누이의 새벽기도 한희철 2002-01-02 4408
12101 한희철 842.사랑의 고춧대 한희철 2002-01-02 4408
12100 한희철 26.아니라 하십시오 한희철 2002-01-02 4408
12099 한희철 20. 할 말 한희철 2002-01-02 4408
12098 한희철 155.화장실의 꽃 한희철 2002-01-02 4408
12097 한희철 1053. 봄 속 겨울 한희철 2002-01-02 4408
12096 한희철 1348. 한돌이 한희철 2002-01-02 4408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