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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1.잠들어선 안 된다고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91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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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651.잠들어선 안 된다고


새벽에 눈을 뜨니 어지러웠다. 그러려니 하고 일어서려는데 빙글, 쓰러지고 말았다. 어릴 적 지구본 위에 올라타 실컷 어지럼 속으로 빠져들 듯 굉장한 속도로 방안이 돌기 시작했다. 회오리 속으로 빨려드는 것만 같았다. 겨우 기어 일어나 창문을 열었고 그리곤 다시 쓰러지고 말았다.
얼마 후 깨어선 밖으로 나섰다. 아내는 산후조리를 위해 수원에 갔고 모처럼 어머니가 집에 들리셨는데 아픈 모습 보이고 싶지가 않았다.
찬바람을 쐬니 그래도 한결 나았다.
혹 어떨까 싶어 마셨던 동치미 국물을 방안에 잠시 누웠다간 다 토하고 말았다. 또다시 굉장한 속도로 방안이 돌기 시작했다.
더 이상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보건소로 연락을 했고 얼마 후 학래아빠가 차를 가지고와 원주로 나갔다.
 링게르 주사를 손목에 꽂고 한나절을 누워있었다. 협압이 90-60으로 떨어져 있었고, 얼굴은 내가 봐도 백지장처럼 창백했다.
과로라 했다. 과로, 남의 일로만 알았던 말, 건강에 관한 한 언제나 자신이 있었는데 과로라니, 과로로 쓰러지다니, 천리를 뛰고도 숨이 남아야 한다며, 몸이 마음을 못 따르는 일이야 말로 부끄러운 일일 거라고 늘상 그렇게 생각을 해 왔는데 드디어는 쓰러지고 말다니.
주사를 맞으며 가만히 생각하니 지난 두 주간이 내겐 힘에 부친 시간들이었다. 사경회를 앞두고 강사 숙소로 쓸 서재를 꾸미느라 이런저런 일들로 한주를 보냈고, 사경회 기간 동안의 긴장, 사경회 다음날 아내가 아이를 낳고, 다음날엔 수원으로 아내와 아이를 옮기고, 뭐 그런 저런 일들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그런일로 쓰러지다니, 전에 모르던 체력의 한계를 맛보는 것 같아 우습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다. 건강에 대한 과신의 어리석음을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 했다.
주사를 꽂고 한동안 정신없이 잠에 빠져 들었다. 눈을 떴을 때, 병실 맞은 편 벽에 걸린 액자의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겟세마네 동산 바위에 앉아 두손을 모아쥔 채 하늘을 우러르며 마지막 기도를 드리고 있는 예수의 모습이었다.
사방 어둠 뿐 그가 바라볼 곳은 하늘밖엔 없었고, 그런 그의 마음을 안다는 듯 하늘 한쪽 끝이 구멍처럼 빛으로 열려 있었다.
사방 칠흑 같은 어둠, 형광등 불빛에 반사되어 확실치는 않았지만 기도하는 예수의 뒷편 어둠 속 희미한 텃치 몇 개는 필시 잠든 제자들이지 싶었다.
게으름 때문이건 약함 때문이건 잠들어선 안 된다고, 어둠 속 잠든 제자들은 누워있는 내게 말을 걸고 있었다. (얘기마을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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