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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1.연기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82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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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611.연기


연탄이며 기름이며 많은 집들이 보일러로 아궁이를 바꿨지만 그래도 나무를 때는 집이 없지는 않다. 아직도 나무를 때 밥을 짓기도 하고 소죽을 쑤기도 하고, 방을 덥히기도 한다.
아침과 저녁으로 피어오르는 흰 연기, 때론 하얗다 못해 파란 연기들. 이 땅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평화스런 모습이 내겐 굴뚝에서 되어 나는 흰 연기다.
아직 날이 다 밝기 전, 혹은 서서히 마을이 어둠에 잠길 때 하얗게 되어 오르는 연기들, 그걸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한없이 편안해 진다. 이땅에 순전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이들, 그들의 깨끗한 마음이 가깝게 다가온다.
그러나 눈물겹기도 하다.
나무를 꺾어 때는 주름진 손길, 외로운 마음을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자식들 다 떠나보낸 노모(老母)가 아궁이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선한 까닭이다.
그러나 아침저녁의 흰 연기는 그런 마음까지를 가볍게 만든다. 가난하고 힘들고 외롭지만 그런대로 살만하다고, 견딜만 해 나 오늘도 여기 이렇게 살아있다고 손을 흔드는 듯 편하게 편하게 연기는 피어 오른다.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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