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
□한희철222.눈에 흙이 들어갈 때까정은
버스를 타러 신작로로 나가는데 길 옆 논에서 동네 할아버지 한 분이 일을 하고 계셨다. 반백이었던 머리가 일년 사이로 온통 하얗게 되셨고, 굽은 허리는 이제 완전히 ㄱ자 모양으로 꺾이셨다.
할아버진 쇠스랑대로 논에 거름을 헤쳐 깔고 계셨다. 인사를 드리곤 “할아버지, 올해도 농사하세요?” 하고 여쭸다.
연로하신 연세에도 그렇고, 굽은 허리도 그렇고 이젠 아무리 쉬운 농사라도 할아버지껜 벅찬 일이 되었다. 잠시 손을 멈추시며 할아버지가 대답하셨다. “올해까지만 짓고 내년에는 그만 둘꺼유.”
그러나 할아버진 지난해에도 그러께도 같은 대답을 하셨다. 아마 내년에도 같은 대답을 하실게다. 내년엔 그만 두시겠다고.
언젠가 취중에 서럽게 ‘눈에 흙 들어갈 때 까정은 이렇게 일하며 살거’라시던 할아버지께선, 흙으로 돌아갈 때까진 흙을 일구실 것이다. 그걸 당신 삶으로 알고 계실 것이며 그런 자기 삶을 버리지 않으실 것이다.
그렇담 내년엔 그만 둔다시는, 입버릇 된 되뇌임은 무엇에서 비롯된 것일까? (1990)
|
|
|
|
|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