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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속 모르는 얘기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63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

□한희철89. 속 모르는 얘기


“어? 방이 왜 이렇게 썰렁해요?”
세 평 남짓, 해질녘 들어선 집사님의 방에 한기가 돈다.
“불을 못 땠어요.”
여느 때 같으면 아랫목으로 자리를 권했을 텐데 냉방이라 그런지 앉으라 권하지도 못하고 집사님은 웅크린 채 서 계신다.
“일 댕기느라 바빠서 나무를 못했어요.”
허술한 광이 탄도 나무도 없이 텅 비어 있음을 들어올 때 보았다.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당근 작업 끝나면 일 없을 텐데 그거라도 벌어야 겨울 양식을 준비할 테고.”
새벽같이 나가면 어둘녘에야 끝나는 당근 작업, 그날도 당근 작업 하다 막 돌아왔음을 집사님 모습은 말해주고 있었다.
하루 종일 일하고 잠자리라도 따뜻해야 그나마 피로가 풀릴 텐데 썰렁한 냉방에서 어린 아들과 웅크리고 자고선 다음날 또 일터로 나가야 하니. “보일러라도 놓지 그래요?”
집사님은 숨기는 게 없다. “에이, 전도사님도 남 속 모르는 얘기 하시네. 탄값을 어떻게 대요 어떻게.”
난 얼마큼 더 ‘남 속 모르는’ 얘기를 계속 했고 -눈구뎅이 빠지고 다니며 나무 안 해도 될 최소한의 난방 방법을 찾아보지만, 그 모든 게 집사님껜 남 속 모르는 얘기일 뿐이다. -집사님은 그때마다 계산이 안 맞는 얘기임을 확인한다.
땔감도 땔감이려니와, 쌀, 내년에 중학교에 들어갈 아들 학비, 교통비 걱정, 얘기는 계속 이어졌다. 얘기를 마치고 더듬더듬 낮은 목소리로 기도를 한다. “아멘”했을 때, 눈가의 눈물 손등으로 닦으시며 씩 웃으시는 집사님. 난 그렇게 가슴에 먹이 든다.
내 힘으로, 능력으로 받지 못하는 아픔들, 눈물겨운 얘기들은 가슴에 멍으로 남는다. 실컷 두들겨 맞은 듯 아프고 답답하다.
한 겨울 지나기엔 넉넉하지 싶은, 겨울 난방을 위해 사 놓은 사택 광 안의 수 백장의 연탄들! 대체 이곳에서의 내 삶의 의미란 무엇인지, 온통 혼란 속에 빠지고 만다.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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