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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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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493.가족 여행
가족들과 함께 경주로 여행을 다녀왔다.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한다는 것은 좀처럼 드문일이었다. 어쩜 ‘여행’이란 말을 붙일 수 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마침 아이들 방학 숙제에 가족들과 여행을 하고 여행에 관한 글을 써오는 것이 있던지라. 큰맘먹고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대개는 아이들이 학교에 다녀 함께 떠날 기회가 없었고, 그나마 아이들이 시간이 나는 방학에는 대체로 내가 바빠 이래저래 시간을 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잔뜩 밀린 원고가 맘에 걸리긴 했지만 그만한 일도 가족여행을 위해선 기꺼이 감수하기로 했다.
처음이지 싶은 여행을 위해 일정도 무리함을 무릅쓰고 3박 4일로 정했다. 식구들과 의논한 끝에 행선지가 경주로 정해졌는데 2박3일로 할 경우 가는데 하루 오는데 하루, 길에서 시간을 보낼 것 같았다.
기차를 타기로 했는데 2박3일로 하기에는 시간이 잘 맞질 않았다. 수요예배를 권사님께 부탁해야 하는 송구함마저 감수하기로 했다.
한국문화유적답사모임에서 만들어낸 ‘경주’<돌베게 간>라는 책을 사 와 식구끼리 책을 읽으며 다녀올 곳에 대해 미리 공부를 하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책을 주며 꼭 가보고 싶은 곳 다섯 곳을 택해보라 했더니 소리와 규민이는 이렇게 저렇게 순번을 정하느라 분주했다.
여행은 여행 그 자체도 즐겁거니와 준비하는 과정 또한 여행 못지않은 즐거움이었다. 자동차로 가지 않고 기차를 타기로 한 것도 하나의 선택이었다. 함께 차를 탄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좋은 여행이 되리라 생각했다.
유적지를 돌아보려면 천상 버스를 타고 많이 걷긴 하겠지만, 편하게 휙 둘러보는 것보다는 한참 걸어 제대로 보는 것이 낫겠다고 여겨졌다.
어린 막내 규영이가 많이 걸을 수 있을까 마음에 걸리기는 했으나 미륵산을 잘 따라 오르던 기억이 있어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날, 짐을 다 꾸린 아내가 아이들에게 몇 가지 사실을 확인했다.
그중 중요한 것이 길을 잃었을 경우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집 주소와 전화번호를 확인하는데 규영이는 아직 전화번호도 외울 줄을 몰랐다. 그래도 규영이는 엄마의 질문에 씩씩하게 대답했다.
- 너 어디 사니?
- 우리집
- 너네 집이 어딘데?
- 여기,
그만큼 만큼 우리는 서로의 손을 잡고 천년고도 경주를, 그 오래된 역사 속을 거닐었다.
경주박물관, 선덕여왕대종(에밀레종), 안압지, 오릉, 천마총, 첨성대, 불국사, 석굴암... 우리의 삶이 결코 긴 것이 아님을, 그러나 그만큼 연연한 것임을 순간순간마다 느끼고 확인할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 창밖을 내다보던 규민이가 불쑥 기차에서 물었던 말이 새로웠다.
“아빠, 구름은 하나님 마차야?”
규민이는 무슨 맘으로 그렇게 물었을까. 여행은 그만큼 사람의 마음을 여유있게 하는 것일까. 좋은 목사도 못 되면서 좋은 아버지 또한 되어주지 못해 늘 마음 한구석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그나마 가족들과 나선 첫 번째 나들이는 스스로에게 작은 위안과 기쁨이 되어 주었다.(얘기마을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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