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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1. 검용소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56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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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451. 검용소

 

한 달포 전쯤에 ‘좋은 생각 키우기’ 모임에서 태백을 방문한 일이 있다. ‘좋은 생각 키우기’ 모임은 매주 토요일 오전 젊은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갖는 모임으로, 우리말 우리글을 배우는 시간과 함께 독서토론, 일주일 동안의 경험과 깨달음 등을 나누고 있다.  

우리말 우리글에 대한 관심과 함께 서로의 생각을 비교적 허심탄회하게 나누고 있는데, 때로는 위로를, 때로는 도전을 받기도 한다. 

아침일찍 원주청년관에서 만나 차 한대에 같이 타고선 태백으로 떠났다. 주천과 영월을 지나가는데 아직 단풍이 다 지질 않아 그런대로 늦가을의 뒷모습을 즐길수가 있었다. 

영월에서 태백으로 가는 길이 절경이었다. 산과 물과 햇빛이 더없이 그윽한 풍광을 빚어내고 있었다. 그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즐기면 좋으련만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야 장한 풍광이 지켜질 수 있다는 아이러니가 슬프게 여겨졌다. 

장성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화광교회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김종률 목사를 반갑게 만났다. 지난 봄 집회를 인도하러 들렀을 때보다 교회가 더 잘 단장되어 있었다. 교회가 겪은 아픔을 외양으로 부터라도 고쳐 보려는 김목사의 수고가 곳곳에서 엿보였다. 

항아리를 엎어 만든 벤취에 앉아 김목사로 부터 ‘태백’에 관한 소개를 듣고 곧장 검용 소를 향했다.

 

한강의 발원지인 검용소. 지난 봄 집회 때 잠깐 시간을 내어 들려 본 일이 있었는데, 검용소야 말로 목회자들이 꼭 들려봐야 할 성지(聖地)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태백에서 예수원이 있는 하사미 쪽으로 가다가 조그만 다리를 끼고 왼쪽으로 접어들었다. 지난 봄만 해도 안내판이 없어 진입로 찾기조치 애를 먹었는데 이제는 번듯하진 않아도 그런대로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검용소로 가는 길도 마찬가지였다. 

차가 마주 만나면 교행이 어려울 만큼 폭이 좁았지만, 그래도 비포장이었던 지난번과는 달리 시멘트로 포장이 되어 있었다. 검용소 입구에도 주차장이 마련이 되어 있었고 커다란 입간판도 세워져 있어 그런대로 검용소의 의미를 새기려는 노력들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낙엽송이 빼곡히 선 계곡을 산보하듯 오르자 마침내 검용소가 나타났다. 서해에 살던 이무기가 용이 되기 위해 검용소로 찾아들때 생겼다는 바위 자국은 정말 뱀처럼 구불구불 형상이 비틀린 듯 뒤틀려 있었고, 구비구비 푸른 이끼가 끼어 그곳이 범상한 곳이 아님을 말해 주는 듯했다. 이무기가 냈다는 자국을 따라 잠시 바위를 오르자 정말 샘이 나타났다. 제법 큰 샘이었고 그곳이 정말 검용소였다. 

하루 이천톤이 넘는 물이 솟아 남한강과 한강을 이루는 검용소, 검용소는 숲속에 숨겨진 듯 있었다.

제법 높은 산속에서 어떻게 그렇게 샘이 솟는 것인지, 분명 샘 윗쪽으로는 물이 없는데 어디서 그 많은 물이 솟는 것인지 기이했다. 층층이 돌멩이를 쌓아 만든 탑이 몇 개 서 있었고, 여기저기 촛농이 녹아 있는 모습도 보였다. 사람들이 특별히 빌 것을 가지고 검용소를 찾는 것은 검용소가 가지고 있는 예사롭지 않은 기운 때문일까. 아무리 외진 곳이라 할지라도 계속해서 샘으로 솟으니 마침내 큰 강을 이루는, 평범하지만 비범한 진리를 검용소는 우리에게 확인시키고 있었다. 

 

우리가 또 하나 마음 깊이 찬탄했던 것은 검용소의 고요함이었다. 하루 이천톤의 물이 솟는다는 안내판의 말을 이내 실감하도록 정말 많은 양의 물이 뒤틀린 바위틈을 따라 끊임없이 흘러가는데, 정작 샘은 티하나 없이 고요했다. 

물이 도대체 어떻게 솟아 흐르는 것인지, 흘러내려가는 물은 분명한테 솟는 물은 확인할 길이 없었다. 수면에 눈을 주고 유심히 바라봐도 물이 솟는 징후는 찾을 수가 없었다. 물결 하나 없이 잔잔했다. 

티하나 내지 않고 강을 거느리는 샘, 검용소는 목회의 길을 걷는 우리들에게 적잖은 도전으로 다가왔다. 우린 너무 가볍지 않은가. 그윽한 깊이와는 까마득히 멀지 않은가. 

더없이 맑고 시원한 검용소의 물을 심호흡을 하듯 거푸 두 손으로 떠 마시며 내내 마음은 부끄러웠다. 그래서 그랬을까, 앞으로 세례식을 할때엔 검용소의 물을 떠다 해야겠다는 후배 목사의 말이 절실하게 들렸다. 

어느 목사는 성지순례를 다녀오며 요단강물을 담아와 예수님이 세례 받았던 바로 그 물이라며 그 물을 희석시켜 세례를 줬다는데, 그에 비해 검용소 물은 얼마나 우리 것 다우며 그 뜻 또한 얼마나 그윽한가. 

‘이 물로 세례를 받은 당신도 하나의 강을 이루시오. 사랑의 강, 평화의 강으로 연연히 흐르시오.’ 세례를 통해 그렇게 축복하고 그렇게 다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훌륭한 성례일까. 

외진곳이라 할지라도 하나의 샘으로 살자는 다짐을 마음속에 담고 다음 행선지인 너와집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얘기마을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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