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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9. 서재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81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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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939. 서재


사택 서재를 한칸 새로 지었다. 17평에 방2칸. 처음 둘이서 살땐 오히려 넓었던 그 공간이 소리와 규민이 아이가 생기고 그들이 크다보니 좁아지기 시작했다. 책장 몇개와 책상 하나로 방이 찬 서재가 그나마 아이들이 들락거리 다 보면 조용한 시간 갖기가 어려웠다.  손님이 와 같이 자야 할 경우엔 마루에서 자야 하는 불편함도 있었다.
작은 시골교회, 뭔 예산이 따로 있어 방한칸을 꾸미랴만 무리라도 하기로 했다. 답답함을 참고 견디며 지치는 것보단 어떤 방도를 찾는 게 낫겠다 싶었다.
일의 추진을 맡은 김남철 성도와 이런 저런 궁리끝, 옥상에 조립식 건물을 짓기로 했다. 한껏 크게 잡은 것이 7평. 그래도 예산을 세워보니 쉽게 계산해도 사백만원 이상. 단강교회 일년예산의 반이나 되는 액수였다.
농협융자 받는 일도 생각만큼 쉽지가 않았다. 융자를 받아 일년동안 갚아나가는 방법을 쓰기로 했는데 융자가 아무나 되는 것은 아니었다. 빌린 돈이 있는 사람은 그 액수를 제하고서야 융자를 준다는 것이었다.
융자 책임을 맡았던 이상근 집사님은 당신이 안되자 병철씨, 병철씨가 안되자 이상목 성도님. 여러날 동안 고생이 많았다. 달랑 건물이 세워진 건 이틀이면 되었지만 뒷마무리 일이 만만치를 않았다.
겨울도 봄도 아닌 날씨. 찬비가 궂게 내리는 날이었다. 마침 그날 마석에서 C.C.C 순장 수련회 강의를 맡아 아침 일찍 떠났는데, 청량리에 내려 전화를 거니 동네 사람들이 교회에 모여 공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열댓명의 마을사람들이 모여 빗속 일을 한다는 것이었다. 모래 파오고 옥상으로 져 나르고 시멘트와 비벼 바닥을 바르고 쉽지 않은 그 일을 이번에도 마을 아저씨들이 해 주었다. 번번히 큰 은혜를 입는다.
그 뒤로도 몇번 더 있었던 일을 그때마다 시간 허락하는 사람들이 신자, 불신자를 가리지 않고 모여 땀들을 흘려 주었다.
그렇게 방 한칸이 꾸며졌다. 처음으로 열린 사경회 강사 숙소로 잘 쓸 수가 있었다. 예배후 교우들과 차 한잔씩 마시는 장조로도 좋다. 양쪽 창문으론 동네가 내려다 보입니다.
강가 밭과 신작로, 국민학교와 섬뜰마을이 보이고, 논과 개울. 뒷산과 멀리 작실 마을이 보이기도 한다. 누군 별장같다 한다. 하기야 무얼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
짐을 옮기고 서재로 쓰던 방을 아이들 방으로 내주니 한결 생활의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다. 서재를 짓고 나자 드는 생각의 하나가 이젠 떠나도 맘 편하겠다는 후임자가 와도 집때문에 고생하는 일은 없겠다는 생각이었다.
교회 건물도 사택도 없이 무작정 단강에 들어왔던 7년전 기억 때문이 었을지.
(얘기마을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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