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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6.참새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43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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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466.참새


교회로 들어오는 입구 양쪽으로는 향나무가 몇 그루 서 있다.
향나무는 참새들의 놀이터다. 바로 앞에 있는 방앗간에서 놀던 참새들이 쪼르르 날아와 향나무 속에서 뭐라 뭐라 쉴 새 없이 지껄여대곤 한다. 다투는 건지 사랑을 나누는 건지.
서재에 앉으면 그런 참새들의 지저귐과 푸릅 푸릅 대는 힘찬 날개 짓 소리를 바로 옆에서 듣게 된다. 그런 참새들의 모습이 얼마나 정겨운지.
며칠 전엔 참 뜻밖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땅거미가 깔려드는 저녁 무렵, 교회 마당에 있는데 갑자기 이름을 알 수 없는 검은 새 한 마리가 아주 빠른 속도로 날아와, 훅 향나무 속을 훑으며 날아가는 것이었다. 참새들의 비명소리도 잠깐, 순간적으로 향나무를 빠져 날아간 검은 새의 발톱엔 어느새 참새 한 마리가 낚아 채여 있었다. 너무나도 순간적인 일이라 잘못 본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땅거미 속 날아든 검은 새 한 마리에 의해 한 순간 낚아채여간 참새 한 마리,
저러는 수도 있누 거구나한 생명이 저리도 한 순간 사라질 수도 있는 거구나, 검은 손, 검은손에 의해, 느닷없는 손길에 꼼짝없이 빼앗기고 마는 생명도 이는 거수나,
땅거미 깔리는 교회 마당, 눈앞에서 벌어진 믿기지 않는 일이 철썩 두려움으로 가라앉았다.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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