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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535. 아무도 돌보지 않는다
지난해 봄 앞개울에 나갔다 돌아오는 길에 돈나물을 조금 캐왔습니다. 논둑에 낮게 엎드려 곱게 자라는 모습이 좋아 몇 뿌리 캐다간 빈 화분에 옮겨 심었지요.
서재로 들어서는 입구에 화분을 놓아두었는데 지금까지 잘 살고 있습니다. 특별히 물을 챙겨주는 것이 아닌데도 내리는 비와 이슬로 지금까지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이따금씩 화분을 살 때가 있지요. 가까이 살아있는 것을 두고 보고싶어 화초가 심긴 화분을 살 때가 있지요. 그런데 죽이기를 잘합니다. 물을 안줘 말라 죽이도 하고 어떤건 물을 많이 줘 짓물러 죽기도 합니다. 돈나물을 옮겨심은 지난 봄부터만 따져도 아마 서너개 화초를 죽였을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돈나물은 경이롭습니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데도 뜨거운 여름을 나고, 방에 따로 들여놓지 않아도 긴긴 겨울을 나다니요.
‘아무도 돌보지 않는다’는 생각의 어리석음이라니! (얘기마을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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