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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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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433. 규성이와 운동회
하늘에 얼굴이 그대로 비칠 것 같은 청명한 날, 단강초등학교 가을 운동회가 열린 날은 구름한점 없이 맑고 푸른 전형적인 가을날이었다. 얼마 안되는 어린이들과 학부모들과 마을 사람들이 모여 조촐하지만 정겨운 잔치를 열었다.
전교생이라야 35명, 흥과 열기는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오순도순한 정이 흐르는 남다른 운동회였다.
운동회를 지켜보며 가슴이 찡했던 장면이 있었다. 1-2학년 어린이들의 장애물 달리기 경주, 한참 달려나와 발을 쥬브안에 넣고 오리걸음으로 걸어선 이번에 훌라후프를 돌리며 달리다 등에 매단 풍선을 매트 위에 굴러서 터뜨리곤 결승선을 통과하는 그런 경기였다.
튜브안에 두 발을 넣고 걷다 넘어지는 아이들도 있었고, 훌라호프를 제대로 못 돌리는 아이, 아무리 매트 위에서 바둥대도 풍선이 터지지 않아 애를 먹는 아이들도 있었다.
아이들 사진을 찍어주다 보니 제일 먼저 출발한 아이들이 장애물을 통과하여 막 결승선으로 들어서고 있는데 1등으로 들어오는 아이가 다름아닌 규성이였다. 순간 가슴이 찡했다. 진한 감동이 온몸으로 지나갔다.
올해 초 규성이는 이상한 병에 걸려 한동안 걷지를 못했었다. 잘 뛰놀던 아이가 어느날 갑자기 서지도 걷지도 못하게 되어 온기 족은 물론 모든 교우들이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모른다.
예배 시간마다 마음을 합해 규성이를 위해 기도하곤 했었다. 학교를 1년 쉬어야 하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운동회날 달리기에서, 그것도 장애물 달리기에서 1등을 하다니, 감사한 마음에 눈시울이 찡했다.
주일낮예배를 드리며 광고 시간에 교우들에게 운동회 소식을 알리며 규성이 얘기를 했다.
“규성이가 1등 하는 걸 보니 내 자식이 1등한 것보다 마음이 더 좋았습니다.” 예배가 끝나고 몇몇 교우들과 점심과 차를 나누는데 한 교우가 그랬다.
“오늘 목사님 설교 말씀도 좋았지만, 규성이 얘기에 감동을 받았어요.” (얘기마을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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