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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3. 충격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60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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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253. 충격

 

이른 아침 작실 아주머니 여럿이 신작로 께로 향한다. 옷을 곱게 차려 입은 것이 일 나가는 모습이 아니었다. 

누구네 잔치가 있나보라고, 이 바쁜 철 잔치를 하는 이도 있고 바쁜 일 미루고 가는 이도 있나 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저녁때에야 알게 되었지만 그날 마을 아주머니들은 놀러 다녀왔다. 

정신없이 바쁜 철에 놀러 다녀오다니, 처음 보는 모습이었고 뜻밖이었다. 

더더구나 뜻밖이었던 것은 아주머니들은 어디로 갈지 장소도 정해 지 않은 채(정처 없이!) 무작정 길을 나섰던 것이었다. 

만원씩인가를 거둬 무작정 9시 버스를 타고 내린 곳이 양안치에 천은사 계곡, 아주머니들은 미리 정한 듯 거기 모두 내려 노래하고 춤추고, 정말 신나게들 놀았다. 

하루종일 놀고 내려오는 길, 평소에는 돈 아까워 생각도 못했던 막국수집에 들러 막국수 까지 시켜 먹었다. 

무엇이었을까. 무슨 바람이 불어 전에 없던 뜻밖의 하루를 보낸 것일까.

마을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고 있었다.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죽고, 아파서 병원가면 손을 못 댈 정도고, 스스로 세상을 등지기도 하고, 짙은 어둠이 사람들의 마음을 내리덮고 있었다.

‘우리도 언제 저렇게 될지 모르는데 건강할 때 한번 놀자’ 만일 제끼고 놀러 나선 것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겪고 있는 마음의 충격을 분명하게 확인하는 날이었다.

누군가는 선거를 앞두고 모 후보의 돈을 받아 놀러 갔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나는 아주머니들의 그런 발걸음의 뜻을 충분히 헤아릴 수 있었다. (얘기마을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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