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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마을 한바퀴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41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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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226. 마을 한바퀴

 

모처럼 작실 마을을 구석구석 둘러보았다. 이 골짜구니 저 골짜구니 돌아다니며 보니 마을이 새삼 아름다웠다. 같은 마을인데도 늘상 다니는 곳에서 바라보는 것하고, 의외의 곳에서 바라보는 것하고는 전혀 달랐다. 

우체부 아저씨네 집 뒷쪽으로 묵는 논과 밭이 몇 다랭이 있는데 그곳에는 맑은 물이 낙엽들 사이로 깨끗하게 흐르고 있었고 몇 곳은 밤나무들도 한데 모여 있어 좋은 쉼터가 될 수 있었다. 

그처럼 좋은 곳들이 이제는 묵어 사랑들하곤 멀어져 가고 있었다. 그럴수 있는 거라면 그런 곳을 모두 사들여 새로운 마을을 세우면 어떨까 싶은 욕심이 생기기도 했다. 

한 바퀴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 아랫작실 음달말의 허석분 할머니네를 들렀다. 대문이 열려있고 댓돌 앞에 신도 몇 개 있었지만 아무리 불러도 대답은 없었다. 

돌아서 나오다 혹시나 싶어 집 뒷쪽에 있는 밭으로 올라갔다. 마침 그곳에서는 마을 이장인 유관형씨가 닭장을 짓고 있었다. 

같이 마을 얘기들을 나누고 있을 때 저쪽 윗밭에서 누군가가 내려 온다. 보니 지게를 졌다. 

허석분 할머니셨다. 팔목이 부러져 치료 받은지가 얼마 안되고, 악수를 하기에도 손목이 아파 쩔쩔 매시면서도, 요즘도 새벽같이 염태고개 넘어로 침 맞으러 다니시면서도, 올핸 농사 정말 안지을거라 몇번 맹세하듯 이야기를 했으면서도 할머니는 지게를 지고 내려오고 있었다. 

밭에 비료를 뿌리고 내려오는 길이라 했다. 짐 몇가지를 받아들고 같이 할머니네 집으로 들어갔다. 혼자 사는 집, 누구하나 이제 오시냐 맞아주는 이가 없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받아 쓰는 수도에서 할머니가 발을 닦을 때 집을 한 바퀴 돌아보니 담은 다 기울어 쓰러져 버렸고 그나마 부엌 앞에 제법 쌓여 있던 장작들도 다 사라져 대신 고춧대만 어수선하게 쌓여 있었다. 

까짓 고추대를 때야 얼마나 방이 따뜻할거며, 고추대야 한 번 불붙으면 쉬 타고 마는 법, 저걸로 며칠이나 딸까 싶었다. 

사람을 사서라도 장작을 하지 그러냐시면 이거저거 줏어때다 그것도 읍으면 그땐 자식네 올라가야지유 하시고, 올라가실거면 농사일은 뭐 땜에 하시냐 하면 그래도 꿈적 거릴때까진 해야 하지 않냐 하시고, 자식들이 보일러라도 놔 드린다 하면 나더러 죽을 때까정 여기 살란말이냐고 물리치고... 

당신 한몸겪는 불편과 고통, 그렇게 선을 분명하게 긋고 그밖으론 당체 고통을 흘러 보내지 않는 홀로 살아가는 팔순 할머니의 삶.

때는 필만한 꽃 다핀 봄이라 해도 밤엔 날이 차고 까짓 고춧대야 장난삼아 쉽게 탈텐데, 저 엉성하게 쌓인 고춧대로 며칠을 견디면 그 다음은 어찌되는건지. (얘기마을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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