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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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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938. 경선형
자동차 경주를 하는 차들의 질주처럼 유리창을 타고 흐르고 빗방울이 연신 흘러 내립니다. 제깐에는 굉장한 속도입니다.
봄가뭄에 애를 태우던 이 땅 농부들의 가슴도 빗방울 가득 맺힌 저 창문처럼 실컷 젖을 밤입니다.
하늘 야단인 번개와 천둥이 모처럼 시원하게 들립니다. 재생천(보온 덮개)을 깔았다 하지만 조립식 지붕으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는 유난스럽습니다.
잊그제 구한 황병기 가야금 연주를 틀으니 비오는 밤 기분하고 그럴듯 맞아 떨어집니다. 가만히 앉아 창문가 빗방울 구경하다 펜을 들었습니다.
어떻게 지내는지요. 늘 그렇겠지요
오늘 태자에서 Peter Paid & Mary 노래부르는 모습을 보며 장일순과 이현주가 노자를 함께 읽으며 대화 나눈 '노자이야기'를 읽으 며칠 앞으로 다가온 청파교회 이야기 시간을 생각하며 괜히 마음이 착 가라앉곤 했습니다.
저만의 세계를 향한, 저 낮은, 낮아서 깊은 자아를 향한 여행을 언제 제대로 떠날 수 있는건지, 개폼만 잡다 한번 떠나지도 못하고 병드는 건 아닌지, 하나 둘 스러지는 가능성들을 어떻게 정리할 수 는건지, 뭐 그런것들이 얼기설기 뒤엉키기도 했습니다.
몇가지 피할 수 없는 일들. 이렇게 가기만 하다간 언젠가 고갈될지도 모른다는 몇번 되씹어 흔해질 법도 한 그 생각이 불쑥불쑥 고개를 내밀기도 했습니다.
군더더기를 버리고 싶음
할 수 있는 한 단순해 지고 싶음.
본질에 닿고 싶음.
미치도록 사랑하고 싶음.
뭐 그런 바램들이 마음 곁을 맴돌기도 했습니다.
매주 수요일 오후 원주 MBC-FM 에서 칼럼을 방송합니다. 형이 봤는지 모르겠지만 크리스찬신문에 원고를 다시 보내고 있습니다. 신앙과 교육 동화 이따금씩의 원고청청탁 설교요청, 매주 이어지는 얘기마을 그게 내 삶의 테두리이자 장(場)입니다. 그런것과 맞바꿔 치열함을 버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결코 그것만이 될 수 없는 생의 변화를 난 아직도 어려워하고 있습니다. 이런 자책을 위로라도 하듯 5-6月경엔 책이 한 두권 다시 나올 예정입니다. 이렇게 가는 젊음이 때론 아프고 때론 서럽고 합니다.
마을에 어둠이 내리면, 그리고 새벽이 오면 뒷산에서 우는 새가 있습니다. 휘-익! 그저 단순한 휘파람소리를 길게 내는 그런 새입니다.
처음 시집온 지집사는 그 소리에 놀라 이불을 뒤집어 쓴채 시아버지께로 달렸다고도 합니다. 볍씨를 담고있는 아주머니, 할머니들로 부터 그 새의 내력을 들었습니다.
죽은 총각의 원혼을 노래하는 새라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님을 두고 죽은 총각이 님이 그리워 우는 소리라는 것이었습니다.
‘휘-익’ 다시 한번 새가 울때 왠지 가슴이 저렸습니다. 이루지 못한 사랑을 노래하는 새.
이루지 못한 사랑을 숯처럼 안고 살아가는 이 땅 농부들의 가슴 속에 밤이면 울어대는 새, 가느다랗게 메마른, 비쩍 야원 길다란 탄식! 이름도 따로 없이 '죽은 총각이 우는 새'일뿐인 기이한 울음이 이제부턴 전혀 새롭게 들릴것 같습니다.
늦었지만 지난번 형의 수고에 감사를 드립니다. 필요한 말씀을 찾는 형의 고뇌가 내겐 가장 은혜가 되었습니다. 그것이 우리 삶의 몫임을, 이야기 나누는 일이 언제라도 소중한 일임을 새롭게 배웠습니다.
작은 마을 단강에서 있었던 며칠동안의 훈훈함을 언제 어디서 라도 확인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뒷자리 앉아 간절함으로 형 얘길 듣던 형수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 마음을 과분한 사랑으로만 받으소서. 평화를 빕니다. 단강에서 한희철드림 (얘기마을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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