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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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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525.눈 비비는 소
소가 눈 비비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지요? 소가 눈을 비비다니, 전혀 관심 가질 일이 아니다 싶으면서도 소도 눈이 가려울 때가 있을 텐데 그땐 어떡하나 막상 그런 생각을 하면 떠오르는 모습이 없었습니다.
사람이야 눈이 가려우면 쓱쓱 손으로 비비면 그만이지만 소는 어떻게 할까.... 소가 눈을 비비는 모습을 보았는데 정말 의외였습니다.
가만히 서서 뒷발 하나를 들더니 (뒷발 2개를 모두 들 수는 없겠지만) 아, 그 발을 앞으로 내밀어 발끝으로 눈을 비비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덩치가 커다란 놈이 한 발을 들고도 쓰러지지 않는 균형감각도 신기했지만, 억척스럽게 논과 밭을 갈던 그 투박하고 뭉뚝한 발 끝으로 눈을 비벼대다니 그 모습이 여간 신기하지 않았습니다.
눈 크게 뜨고 신기하게 쳐다보니까 눈을 비비던 소는 남 눈 비비는 걸 뭘 그리 신기하게 쳐다 보니 하는 듯 오히려 커단 눈이 되어 멀뚱멀뚱 나를 쳐다보는 것이었습니다.
눈 비비는 소를 두고 돌아서는 마음에 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우직함과 섬세함,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섬세함과 우직함은 결코 다른 2개의 것이 아니라 섬세함은 우직함에 의해, 우직함은 섬세함에에 의해 지켜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로는 서로 다른 서로를 담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그릇이 되어주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우직한 자가 갖는 섬세함, 혹은 섬세한 자가 갖는 우직함, 아니 우직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섬세함과 섬세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우직함. 우리 삶엔 그런 모습이 곳곳에 있지 싶었습니다.
커단 눈을 뒷발을 들어 조심스레 비벼 대는 소, 신기하지 않은지요?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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