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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부끄러운 손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419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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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57. 부끄러운 손


선머슴 손 같다고, 언젠가 집사람은 내 손을 두고 그렇게 말한 적이 있다. 원래 손이 큰데다가 언제 배겼는지 모를 군살이 아직껏 손바닥 손금 사이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각기 다르게 생긴, 그러나 하나같이 못생긴 손톱이 입으로 물어뜯기 잘하는 버릇 탓에 톱니바퀴처럼 꺼칠했고, 영 돌보지 않는 손톱 주변이 지저분했던 것도 그렇게 말한 이유 중에 하나 였다.
인사차 빈말로 그러는 거겠지만 혹 서울에 가 아는 사람을 만나 악수를 하면 손이 꺼칠해졌다는 소리도 듣게 된다.
예배를 마치면 현관에 나와 교우들과 악수를 한다. 작년엔 좀 머쓱해 못했는데, 막상 하고 보니 여간 좋은 게 아니다. 일일이 손을 마주 잡고 인사하는 것이 그냥 말로 인사하는 것보다 훨씬 정 깊고 친숙하게 여겨진다.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와 악수를 한다. 그런데 교우들의 손을 마주잡을 때마다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교우들의 손, 꺼칠하다 못해 온통 금이 간 듯 싶다. 흙 일구며 살아가는 손, 나무껍질같이 꺼칠하기 그지없다. 아저씨들은 물론, 아주머니, 할머니의 손 모두 그렇다.
손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가장 좋은 연장이라 생각한다. 그 손을 가지고 인간들은 온갖 것들을 한다. 그러나 땅 일구는 농부들이야말로 하나님이 주신 손을 가장 정직하고 바르게 사용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누군 선머슴 같다지만, 예배를 마치고 인사를 나눌 때면 내 손은 계집애 손이다. 부끄러운 듯 내미는 손을 오히려 내가 부끄러운 마음이 되어 맞 잡는다.
가장 정직하고 떳떳한 손을 부끄러운 손이 마주잡는 것이다.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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