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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6. 겨울철 일감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401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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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446. 겨울철 일감

 

교회 바로 옆에 있는 밭에서 무 뽑는 일이 시작됐다. 허리가 굽은 할아버지네 밭이다. 단무지 무가 미끈하게 잘 자라 있었다. 

준이 아버지와 어머니, 하나 어머니와 아버지가 종태씨와 함께 일을 하고 있었다. 긴 전화통화를 하고 밭으로 나갔더니 마침 종태씨 부인인 효준이 어머니가 새참을 이고 왔다. 

칼국수였다. 

아침을 먹은지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같이 먹자는 청에 고맙게 마주 앉았다. 일터에서 같이 식사를 나누는 즐거움과 소중함은 아는이만 안다. 서로가 정겹고 고맙고, 이내 하나가 된다. 

무 잎새를 버리지 말고 잘 말려 씨레기로 만들어 팔든지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자 그럴 수만 있다면 좋겠는데 워낙 일손이 달린다고 했다. 그냥 버리는 것이 아깝기도 하거니와 그렇게라도 약간의 돈이 된다면 좋겠는데 가을걷이에 워낙 바쁘다 보니 거둘 시간이 없다는 얘기였다. 

밭에 널려 있는 파랗고 싱싱한 잎사귀가 너무 아깝다고 말하자 하나 어머니가 웃으며 부탁을 했다. “목사님, 겨울철 부업 거리 좀 있으면 알아봐 주세요.” 지금이야 가을걷이로 정신이 없어 씨레기 만들새도 없지만, 겨울엔 밥 먹고 할일없으니 뭔가 부업이 될 만한 일을 알아봐 달라는 부탁이었다.

산수유 값이 좋을 때만 해도 겨울 한철은 손톱이 닳도록 산수유씨 까는 것이 일이었는데, 이젠 산수유가 값이 없어 마땅한 일이 없어지고 말았다. 

버섯 키우는 몇몇 사람을 빼고는 마땅한 일이 없어 긴 긴 겨울을 겨울잠을 자듯 보내는 것이 마을 형편이다. 

“씨레기 말리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쉬운 얘기보단 구체적인 일감이 필요한 것인데 때로 나는 무심하기도 하고 무능하기도 하다. 

(얘기마을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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