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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0. 농부 변학수씨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68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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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280. 농부 변학수씨

 

나중에 알았지만 섬뜰의 변학수 씨는 얼마전 두번씩이나 한새벽에 병원에 실려갔었다. 밤새도록 토하고 뒹굴며 괴로워하다 이러단 곧 숨넘어가지 싶어 옆집 승학이 아버지를 불러 원주에 있는 병원으로 내달렸다. 

응급실에 도착해 이런저런 조치를 받고 몇 가지 검사를 해보았으나 별 이상 없으니 집으로 가라는 얘기를 들었다. 분명 몸은 이상한테 이상이 없다니, 정말로 이상하고 두려운 일이었다. 

며칠 뒤에 똑같은 증세가 나타났다. 부인인 지집사님은 이번엔 큰아들한테 전화를 했다. 

그런 일 있으면 당연히 아들한테 연락해야지 남을 깨울 게 뭐냐고 지난번 일에 아들한테 되게 혼이났던 터였다. 그런 야단이 오히려 고마웠다. 그래도 부모를 걱정하는 건 자식밖에 없지 않은가.

“니 아버지 또 그런다”

한새벽에 걸려온 전화를 받고 큰아들은 정말 단숨에 달려왔다. 그리고 아파 나뒹구는 아버지를 차에 태워 병원으로 달리니 어려움속에서도 그렇게 듬직할 수가 없다. 

이번에도 의사의 말은 마찬가지, 별 이상이 없다는 얘기였다.

차라리 어떻게 아프니 이렇게 하는 게 좋겠고 하면 편하겠는데 별 이상이 없다니 오히려 마음이 불안하고 무거운 일이었다. 

한가지 짚히는 것이 농약, 변학수씨는 뜨거운 한낮 농약통을 매고서 담배밭 랑 사이를 오가며 농약을 주곤 했다. 후덥지근해 가만 있어도 숨이 턱턱 막하는 날 마스크도 쓰지 많은 채 농약을 주곤 했으니 어찌 그 몸이 견뎌날까. 

조금만 게을러도 담배엔 병이 돌고 그려면 쉽게 절단나는 농사, 때마다 시마다 농약을 줘야 했는데 그걸 몸이 감당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병원에서 돌아온 날 자식들이 모두 모였다. 아버지가 급작스레 돌아가시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됐던 것이다. 끙끙 앓아 누워있던 변학수씨는 찾아온 아들들과 며느리, 손주들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모습으로 누워 걱정을 끼치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식들이 안심하고 돌아간 저녁, 잠자리 한가하게 나는 담배밭에 농약을 뿌리는 이가 있으니 역시 변학수 씨였다.

당신의 키보다 크게 자란 담배 고랑속을 헤치고 다니며 또다시 농약을 뿌려대는. 키 작은 반백의 농부. 변학수 씨 (얘기마을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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