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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6.매미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40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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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846.매미

 

시간을 노래하는 것 중의 하나가 매미입니다
한 여름 뜨거운 볕에 모든 것이 축축 늘어질 때쯤 매미의 울음은 터지기 시작합니다. 물살을 거슬러 오르듯 느슨한 기운을 뚫고 쟁쟁한 소리를 퍼뜨립니다.
한번 입이 열리고 나면 이내 앞 뒷산은 온통 매미의 울음소리로 가득해 집니다. 수년을, 혹은 십수년을 땅 속 어둠 속에 머물다가 제 때를 분 간하여(빛의 예감은 그리도 강렬하고 틀림없는 것인지!) 나무에 올라 어둠과 빛을, 견딜 수 없는 생명을 노래합니다.
땅속 시간에 비해 노래하는 순간은 불과 한때, 매미는 살아있는 순간을 치열하게 노래합니다. 가만 들어보면 매미의 울음은 쥐어짜는 소리입니다. 저 아래 어둠으로부터 날개 끝 햇살까지, 매미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온갖 예감을 남김없이 노래로 바꿉니다.
매미소리 요란한 뒷산으로 오를 때 곳곳에 떨어진 기묘한 형체들. 매매가 벗어낸 껍질이었습니다. 어둠을 뚫고 껍질을 벗고, 매미의 노래는 그러 것이었습니다. 한번의 예외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필시 우리의 노래도 삶도 그러해야 할 것, 아프고 괴로운 어둠의 시간을 묵묵히 지나 자신의 때가 이르면 어둠의 껍질을 벗고 빛을 노래할 것! 빛을 살아낼 것! 사방 가득한 매미 울음에 새삼 귀가 쟁쟁합니다. (얘기마을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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