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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8.우리 밀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69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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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818. 우리 밀


태자 최종위 아저씨의 소개로 밝음신협 박준길 전무를 만났다. 밀 재배에 관한 얘기를 나누기 위함이었다.
원래 단강지역은 밀의 주산지였다. 퇴적토로 이루어진 강가 밭들은 밀을 심기에 제격이었다. 그야말로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 아닌가. 해마다 밀은 탐스럽게 익어 강가 밭을 누런 물결로 수놓곤 했다. 그러던 것이 이 땅에서 사라져간 밀을 따라 이곳에서도 밀을 지운 지 꽤 여러 해가 되었고 작물도 밀 대신에 당근과 마늘로 바뀐 터다. 다시 밀을 심을 순 없을까 싶어 알아보기로 했다. 마을 분들께 물으니 밀농사가 값만 맞는다면 다른 것에 비해 훨씬 좋다는 한결같은 얘기였다.
밝음신협을 찾았을 때 마침 그곳에는 원주농민회 일을 보는 분들이 먼저 와 있었다. 자연스레 둘러앉아 밀 얘기를 나눴다.
‘우리밀살리기운동분부’에서 92년도에 밀을 심은 면적이 24만평, 6천가마 수확을 예상하고 있고, 점차 100만평까지 확대할 예정인데 100만평에서 생산되는 밀이라는 게 제과점 고려당에서 전량을 쓴다 해도 한 달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고려당의 밀사용량은 나라 전체 소비량의 3% 수준이라는 박 전무의 소개가 있었다. 작년에 경상도에서 시범적으로 재배한 밀 250가마를 어디 찧을 데가 없어 전국을 헤매다가 겨우 찾은 곳이 원주군 판부면에 있는 서곡방앗간, 이젠 밀을 찧을 방앗간도 남아있지 않다는 얘기가 이어졌다.
하기사 없는 일을 위해 기계를 남겨둔 것이 이상하지 밀방아가 없어진 것이 이상한 게 아니지 않는가. 서곡방앗간은 무슨 맘으로 기계를 치우지 않고 남겨 두었던 것일까.
해마다 처음 거둬들인 밀을 빻아선 하늘에 감사하고 조상에 제사를 드리고 국수를 만들어 이웃끼리 나누어 먹었다는 ‘천신’에 관한 얘기는 참 신선했지만 왠지 남 얘기처럼 들렸다.
시중에서 산 밀가루를 광에 놔뒀더니 쥐가 봉지를 썰기를 하는데 먹지는 않더라고, 동네 사람들이 믿질 않기에 밀가루를 조금씩 나눠주고 살펴보라 했더니 한결같이 놀래더라고, 그러고보면 쥐도 안 먹는 밀가루를 사람이 먹는 거라고, 암만 놔둬도 썩질 않으니 그 속에 농약이 얼마나 들은 거냐고, 사람이 갑자기 나자빠져 죽는 병이 많아진 것두 다 그런 때문일 거라고, 농민회 회장은 자신의 경험담과 생각을 들려주기도 했다.
쥐도 안 먹는 밀가루, 그러고 보면 우리는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길들여진 동물처럼 저항 없이 서서히 서서히.
단강, 흐르는 남한강을 끼고 널따랗게 펼쳐진 비옥한 땅, 이 땅에 다시 한번 싯누런 우리 밀 물결 설레도록 일렁일 날은 언제일지, 그런 날이 분명 오기를 비는 마음 간절한 날이었다. (얘기마을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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