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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7.텔레비전이 사람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50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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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777.텔레비전이 사람


윤연섭 할머니네 텔레비전은 고장이 났습니다. 그래도 찌지직거리며 흑백으로 나오던 것이 이번엔 아예 화면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텔레비전을 켜면 화면에는 어지러운 비만 화면 가득 내립니다. 말이 나오는 것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런 사정 알 턱이 없었습니다. 아랫작실 음담말 산비탈 작은 집에 홀로 살고 계신 할머니. 어둠이 내리면 유일한 낙이 되는 텔레비전이 고장난 걸 한동안 몰랐습니다.

지난 연말이었습니다. 송구영신예배를 드리러 작실에서 할머니 몇 분이 일찌감치 내려와 사택 마루에 모였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잠시 쉴 겸 할머니들이 마루에 누웠습니다.
아직 남아있는 예배시간, 잠깐 쉬러 누웠지만 마루의 따뜻한 기운 때문이었는지 곤함 때문이었는지 이내 모두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윤연섭 할머니만 가만히 앉아서 텔레비전을 재미나게 보는 것이었습니다.
“저 재미난 걸 왜 안 봐?” 그냥 누워있는 것이 아깝다는 표정이었습니다.
“할머니는 텔레비전을 무척 좋아하시나봐요.” 물었을 때 할머니가 고장 난 텔레비전 이야기를 했습니다.
긴긴 겨울밤을 홀로 작은 방에 앉아 손톱이 닳도록 산수유 씨를 빼내는 할머니, 그때마다 가슴 시린 허전함을 그런대로 메워준 게 텔레비전이었는데 이젠 그것마저 고장 나 그냥 라디오처럼 듣는다는 얘기였습니다.
할머니의 얘기는 이렇게 끝났습니다.
“그래도 그게 내겐 사람이지유...”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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