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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2.산불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81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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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362.산불


초등학교 1,2학년 때였을 게다. 그때 우리는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아랫 장안말 언덕에서 쥐불놀이를 하기를 좋아했다.
휑한 벌판, 논밭 둔덕을 따라 불을 놓고 밑바닥에 구멍을 뚫은 빈 깡통에 불을 담곤 철사줄에 매달아 휘휘 돌렸다. 우린 그걸 망우리라 불렀다. 확 확 깡통 안에서 밖으로 번져 나오던 불길 소리가 아직도 새롭다. 한밤중, 돌리던 깡통을 하늘로 던지면 높이 올라간 깡통에선 불씨가 쏟아져 내렸다.
쥐불놀이는 얼음치기와 함께 겨울철 우리들의 가장 재미난 놀이였다.(그래 오줌도 자주 싸고 오줌 싼 벌로 키 뒤집어 쓴 채 옆집으로 소금도 잘 얻으러 다녔는지 모른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가 놓은 불이 야산으로 번져 올랐다. 잠깐 한 눈을 판 사이에 마른 풀들을 타고 불이 산 쪽으로 달렸다.
놀래 달려간 우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소나무 가지들을 꺾어 정신없이 불을 껐다. 그러나 이미 불길은 우리들 손을 벗어나 있었다. 우리가 잡을 수 있는 불길이 아니었다. 놀란 아이들이 솔가지를 버리고 모두 도망을 쳤다.
그때 난 도망가지 못했다. 어린 나 또한 무섭게 번져가는 불길에 울고 싶도록 무서웠지만 그렇다고 도망칠 순 없었다.
동네가 발칵 뒤집혔고 놀라 달려온 동네 형들과 어른들에 의해 다행히 불길은 산 초입에서 잡혔다.
위험하다 해서, 울고 싶도록 무섭다고 해서 도망쳐서는 안 된다고 어릴 적 한 기억은 지금껏 날 가르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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