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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332. 제풀에 쓰러지는
아침 잠결에 풀썩 하는 소리가 들렸다.
뭔가 무너지는 소리였다.
밤새 내린 비, 뜨끔했다.
예배당? 주방? 화장실?
그러나 무너진 건 교회 앞 김 집사님네 담배건조실이었다.
지난번 여름 장마에 한쪽 윗벽이 헐리고 몇 군데 굵은 금이 갔던 담배창고가 드디어 무너져 내린 것이었다. 제법 높다란 높이, 길 쪽으로 쓰러져도, 그렇다고 집 쪽으로 쓰러져도 걱정이었는데 사방에서 힘을 모아 주저앉힌 듯 집 마당 안으로 무너져 그나마 다행이었다.
대문 한쪽 벽을 쳐 헛간 한쪽이 주저앉았을 뿐이었다.
그칠 줄 모르는 비, 동네 아저씨들이 모여 주저 앉은 헛간을 일으켜 세웠다. 몇 곳 버팀목을 괴고 못질을 했다. 담배 창고로 끌어간, 흙더미 속에 묻힌 전기줄도 잘라 테이프로 감았다.
하나 둘 제 풀에 쓰러지는 담배 건조실.
제풀에 쓰러지는....(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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