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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집사님의 떠남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441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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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28.집사님의 떠남


절기를 비웃듯 매운 바람 속 잔설이 휘날리던 입춘 날 아침, 결국 이하근 집사는 떠나고 말았다.
아침 일찍 떠나간 그를 만나보지도 못했다. 80의 노부모를 남기고 떠남이 너무도 죄스럽다고, 떠나야 별것도 아닌데 떠나가는 자신을 스스로 잘 모르겠다고, 이렇게 떠나면 쉽게는 못 돌아온다는 걸 잘 안다고. 막상 오라는 사촌형의 전화를 받고서는 잠도 못자고 식사도 못했다고, 떠나기 삼일 전 밤늦게 까지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던 젊은 집사님.
교회 재무부원으로 틀림이 없었고, 예배시간 먼 길 걸어오는 교우들을 경운기로 실어 날랐던, 밝은 웃음과 재치로, 그리고 건강하고 긍정적인 말로써 자칫 주정적이기 쉬운 분위기를 보이지 않게 이끌었던 참 좋은 집사님.
지난번 유치화 청년의 일 땐 먼 길 기꺼이 동행했던 마음 따뜻한 사람. 그가 도시로 떠났다. 있을 수 있는, 흔해왔던 일 중의 하나일 게다. 오늘의 농촌은 그렇게 텅 비어버렸으니까.
그래도 집사님은 끝내 송별회에 나오지 못했다. 인사 하러 건 교우의 전화도 받질 못했다. 눈물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남은 교우들은 그가 남긴 덩그마 한 구멍을 맥없이 바라보며, 왠지 모를 허전함 익숙해진 체념으로 덕지덕지 매꿀 것이다. 늘 그래왔던 식으로..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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