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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시루봉의 염불소리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93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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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200.시루봉의 염불소리


 지난번 치악산 정상에 올랐을 때 거기에는 한 스님이 비구니와 함께 불공을 드리고 있었다.
 전국에서 모은 돌을 올려 쌓았다는 돌탑 아래 정성껏 상을 차려 놓고선 열심히 목탁을 두드리며 염불을 외는 것이었다.
 맨몸으로 정상까지 오르기도 쉽지 않은 터에 그만한 음식이며 불공에 필요한 도구를 챙겨 오르기란 더욱 어려웠을 것이다.
 바람 거센 정상, 울리는 목탁이며 계속되는 염불이 펄럭이는 가사 자락을 따라 멀리 멀리 퍼져갔다. 누구를 위한 백일도를 드리는 중이었을까.
 까짓 건너 뛰어도 될 법 싶고, 한다 해도 짧은 시간이면 어떠랴 싶기도 한데, 언제 시작됐는지도 모를 그 불공은 30여분 쉬고 내려올 때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계속 치는 목탁, 외는 불경, 굽히는 허리, 그러나 피곤함이나 의무감은 없었다. 그저 앞에 쌓여있는 돌처럼, 주위의 풍설 이긴 노주목처럼, 그런 것들 중 하나처럼 그냥 자연스러워 보였다.
 무슨 번뇌를 떨치느라 저런 공을 드릴까?
 그땐 몰랐는데, 내려와선 그 스님 모습이 다시 떠오르며 그 모습 앞에 내가 부끄러웠다.
 내게 주어진 기도의 제목 또한 적지 않다.
 이따끔씩은 기도를 바란다는 부탁을 받기도 하고, 위로 겸 기도하겠노라고 말할 때도 있다. 그러나 어떤가. 말할 때 잠시뿐, 쉬 잊기도 잘하고 그나마 한다는 게 몇 번 하다 그만두기 일쑤 아닌가.
 치악산 시루봉 정상, 거센 바람 속 시간 모르고 예불 올리던 한 스님의 모습은 내 신앙의 허구를 나직이 일깨워 주고 있었다.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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