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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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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444. 떠나간 종대
마을에 장례가 있었다. 군에 가려고 집에 내려와 있던 종대가 송별회를 마치고 들어오다 그만 사고로 세상을 뜨고 말았다.
운동도 잘했고 공부도 잘했던, 생기기도 잘 생겼던 종대, 군에 가 말뚝박아 돈 많이 벌어선 좋은 집 지어 드릴테니 그때까지 건강하게 잘 계셔야 한다고, 사고 있기 며칠 전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말을 유언처럼 남기고 안개낀 새벽 그는 거짓처럼 떠나갔다.
삶이 저렇게 허망할 수도 있다는 현실 앞에 모두들 망연해했다. 종대는 집안의 막내이면서도 큰 자랑거리요 기둥이기도 했다.
아까운 것이 먼저 꺾이는 법이라고, 마을사람들의 위로는 한결같았다. 바쁜 가을걷이의 때였지만 모두들 손을 놓은 채 슬픔을 함께 나누려 는 모습이 당연해 보였다.
진종일 그칠줄 모르고 내리는 찬비가 떨어진 잎새를 다 적시던 날, 종대는 줄기 바람처럼 한 줌 연기로 우리 곁을 떠났다.
장례를 마친 다음날, 경황이 없을 텐데도 종대네는 음식을 준비하고 마을 사람들을 청했다. 슬픔을 함께 나누어준, 함께 사는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에 그렇게 인사했다.
그 마음 알기에 마을 사람들이 다 모여 저녁을 먹었다.
다시모여 식사를 나누는 일은 다시 한번 아픔을 나누는, 달랠길 없는 슬픔을 함께 나누 는 일과 다르지 않았다.
어디 시간이 약이겠는가 백약이 무효인 아픔인걸. 아픔을 함께 나누려는 마음 마음들이 그나마 무너진 마음 보듬을 수 있기를 빌 뿐.
(얘기마을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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