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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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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209. 철새 이야기
원주 흥업에 있는 연세대 매지 캠퍼스 앞에는 커다란 저수지가 있다. 주변 경관과 어울려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아름다운 호수다.
저수지 한가운데에 작은 섬이 있는데 듣기로는 거북 모양을 닮았다 하여 거북섬이라 불린다 한다.
언제부턴가 거북섬엔 학교 왜가리들이 날아와 그냥도 아름다운 호수에 또 하나의 아름다움을 더해 주고 있다.
이번 겨울엔 겨울대로의 아름다운 모습이 있었다. 전에 없이 철새들이 많이 날아와 겨울 호수에 또 하나의 볼거리를 만들어 주었다.
가장자리야 얼음이 얼었지만 얼음이 얼지 않은 한가운데는 마치 운동회날 이이들이 둥그렇게 둘러서서 손을 잡은 듯 철새들이 겨울을 즐긴다. 하필이면 추운 나라만 찾아다니는 새들!
하얗게 눈이 내려 얼음까지 덮였는데 얼지 않은 물 위에 떠 있는 새때들은 주변 하얀 눈과 어울려 더욱 더 선명하게 드러났고, 그 선명함이란 선명한 아름다움과 다르지 않았다.
지난번 선배 목사님을 만났더니 매지 캠퍼스에 근무하는 교우로 부터 들은 이야기라며 전혀 뜻밖의 얘기를 들려준다.
학교 건물을 지키며 관리하는 분이 겨울 어느 날인가 날이 몹시 축 날이었는데, 한밤중 느닷없이 들려온 벼락치는 소리에 놀라 밖으로 달려 나왔단다.
소리는 저수지 쪽에서 났다. 깊은 밤에 벼락치는 소리라니,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은 그 소리가 한번으로 그친 것이 아니라 얼마큼을 사이로 계속 이어진다는 것이었다.
자세히 호수 쪽을 바라보던 관리인은 정말 깜짝 놀라고 말았는데 보니 청둥오리이지 싶은 새떼들이 떼를 지어 하늘로 날아올랐다가는 있는 힘을 다해 급강하 떼를 지어 저수지 속으로 뛰어드는 모습을 본 것이었다.
한 떼가 뛰어들면 또 얼만큼 있다 다른 떼들이 연거푸 연거푸 뛰어들었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분명한 이유야 알 수 없지만 미루어 집작하기로는 그 추운 겨울밤 점점 물이 얼어오니까 물이 얼어오는 그만큼 자기들이 살 곳을 잃어버린다는 것을 직감한 새들이 자기들이 살 곳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물로 뛰어들 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물이 흔들려야 얼음이 얼지 않는다는 것을 철새들은 알고 있었던 것일까, 그 밤 물을 흔들수 있는 방법이란 그저 자기네 스스로 하늘에서 떨어져 물결을 만들어 내는 것밖엔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철새들은 알고 있었던 것일까.
얘기를 듣고 나니 마음이 숙연해졌다. 결국은 매지 호수가 다 얼어 철새들은 어디론지 떠나고 말았지만 그래도 철새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스스로의 몸을 던져 자기 땅을 지키려 했던 것이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점점 가까이 얼어 오는 얼음을 막기 위해 기꺼이 자기 몸을 던졌던, 자기 삶의 자리를 필사적으로 지키려 했던 철 새들의 몸부림이 거룩하게 여겨졌다.
잃어버려선 안 될 소중한 것들을 너무 쉽게 포기하는, 떠나선 안 되는 삶의 소중한 자리를 쉽게 등지는 우리들이기에 매지리 호수 철새 이야기는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었다.
(얘기마을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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