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1091. 남은 겨울 김치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62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

□한희철1091.남은 겨울 김치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사는 분으로부터 좀 모여 점심이나 같이하자는 연락이 왔습니다. 점심을 모여 할만한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도 아닌데 왠일일까. 반가우면서도 은근히 부담스럽기도 했는데 청하는 이유를 알고서는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점심을 먹으러 가게 되었습니다.
겨울동안 먹던 김장김치가 남아 그것으로 만두를 만들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쉬우면서도 드문, 기분 좋은 초대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점심을 같이 먹었습니다. 특별하게 따로 차린 것 없이 남은 겨울 김장김치로 만든 만두였지만 우리는 정말 어느 음식보다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조금 모자르는 만두를 둘러앉아 빚기도 했고 상을 물린 뒤엔 가난했던 어릴적 기억들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올 리기도 했습니다.
우리들의 기억 저편에는 얼마나 가난하고 우울한 일상이 자리하고 있는지요. 그래도 시절을 온통 그리움으로 얘기하는 우리는 어느 누구도 어둡지 않았습니다.
서로의 처지와 형편을 염려하기도 했고, 농촌 으로 내려와 올해 처음으로 여름을 맞는 이에게 날파리 모기와 싸워가며 여름을 보내는 비책들을 소개해 주기도 했습니다.
기가막힌 얘기들이 웃음속에 이어졌고, 우리는 우리가 같은 곳에 살고 있음을 같은 길을 고 있음을 자연스레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남은 겨울김치’가 뜻밖의 과분한 자리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어렵게 준비된 잔치일수록 더 아름답다”
 ‘어린왕자’를 쓴 쌩펙쥐페리의 말입니다. ‘잔치’는 그저 흥청망청 노는 것과는 분명히 다릅니다. 산해진미를 쌓아놓고 마음껏 즐겼다 하더라도 뒤에 허전함이 남는 자리보단 조촐하더라도 두고두고 기쁨이 솟는 자리가 오히려 잔치자리입니다.
그런대로 살기가 좋아져 모든 것이 넉넉해 가지만 우리는 갈수록 잔치를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허심탄회하게 누군가를 기쁨으로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어떨런지요, 가끔씩 김치가 남거들랑 남은 김치로 만두라도 만들어 함께 살아가는 좋은 사람들을 불러 ‘잔치’를 벌여보면요. 벌일 땐 몰랐던 큰 기쁨이 거기 있을 것입니다.
※이 글은 5월부터 연재하고 있는 ‘원주교차로’ <작은 삶 작은 얘기>의 첫번째 글이었습니다. 주변 삶을 함께 따뜻하게 바라보고 싶은 욕심이 듭니다. (얘기마을1994)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11290 한희철 1022. 김봉임 할머니를 기리며 한희철 2002-01-02 4363
11289 한희철 87.쓸쓸한 노년 한희철 2002-01-02 4363
11288 한희철 823.닭의 모가지를 한희철 2002-01-02 4363
11287 한희철 505.빛 한희철 2002-01-02 4363
11286 한희철 907.차가 한대 생겼다 한희철 2002-01-02 4363
11285 한희철 1539. 거지 순례단 한희철 2002-01-02 4363
11284 한희철 97.메주와 화로 한희철 2002-01-02 4363
11283 한희철 697.당신의 길 가시네요 한희철 2002-01-02 4363
11282 한희철 1445. 어떤 예배 한희철 2002-01-02 4363
11281 한희철 216.마음 젖은 기도 한희철 2002-01-02 4363
11280 한희철 873. 뒷산 등산 한희철 2002-01-02 4363
11279 한희철 89.속 모르는 얘기 한희철 2002-01-02 4363
11278 한희철 76.피하고 싶은 심방 한희철 2002-01-02 4363
11277 한희철 90.막연한 편지 한희철 2002-01-02 4363
11276 한희철 996. 눈물 샘 한희철 2002-01-02 4362
11275 한희철 1413. 교회 개 1년이면 한희철 2002-01-02 4362
11274 한희철 626.콩나물 한희철 2002-01-02 4362
11273 한희철 1057. 고향 그리움 한희철 2002-01-02 4362
11272 한희철 59.한 안내양 한희철 2002-01-02 4362
11271 한희철 410.들꽃 한희철 2002-01-02 4362
11270 한희철 688.우리 마음 비우니 한희철 2002-01-02 4362
11269 한희철 1148. 화장지 한희철 2002-01-02 4362
11268 한희철 1284. 가까운 곳에 한희철 2002-01-02 4362
11267 한희철 795.귀한 가르침 한희철 2002-01-02 4362
11266 한희철 575.숨어서 하는 사랑 한희철 2002-01-02 4362
11265 한희철 880.이 속장님의 기도 한희철 2002-01-02 4362
11264 한희철 1234. 민들레 꽃씨 한희철 2002-01-02 4362
11263 한희철 1261. 쌀은 돈이 아니다 한희철 2002-01-02 4362
11262 한희철 1114. 도로 보수원 할아버지 한희철 2002-01-02 4362
11261 한희철 1514. 햇살과 같은 사랑 한희철 2002-01-02 4362
11260 한희철 750.껍질 하나 벗고 보니 한희철 2002-01-02 4362
» 한희철 1091. 남은 겨울 김치 한희철 2002-01-02 4362
11258 한희철 1486. 그런 줄 아시고 한희철 2002-01-02 4362
11257 한희철 275.집 한희철 2002-01-02 4362
11256 한희철 724.가을 들판 한희철 2002-01-02 4362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