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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8. 깨진 컵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69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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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078. 깨진 컵


부엌 창가쪽 창틀 위에 파란 싹들이 가득한 유리컵이 놓였다. 늘씬한 키에 연초록빛으로 피어난 잎새들, 언젠가 길을 지나가던 승학이 엄마가 창가에 놓인 컵을 보고선 그게 무어냐 물은 적도 있지만 그건 다름아닌 콩나물 싹이다.
콩나물을 컵에 넣어 물을 채워주면 콩나물은 이내 파란 싹으로 자라나 보기에 좋다. 가끔 아내는 그 일을 하며 자신의 생활공간인 부엌을 잠시 푸르게 꾸미곤 한다.
콩나물 반찬을 하는 날 한옹큼을 집어 컵에 담아두면 되니 어려운 일도 아닌 셈이다.
다시 한번 창가에 놓인 콩나물 컵을 보고선 물이 없으면 물이나 채워줘야지 싶어 물을 떠 컵에 붓다 보니 컵 한쪽이 깨져 있다.
깨진 유리컵을 이용해 싹을 키웠던 것이다. 깨져 움푹 파인 높이까지 밖엔 물을 채울 수가 없었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한 쪽이 깨져 있으니 깨진 높이까지 밖엔 더 물을 채울 수 없는, 그게 우리 마음하고도 삶하고도 전혀 무관하지않아, 아무리 큰 마음, 큰 삶이라 하더라도  한쪽 깨진 마음이라면 그 높이 까지 밖엔 더 채울수 없는 것, 나머지는 새고 마는 것, 그릇의 크기보단 깨진 부분을 더 살펴야 할 것!
(얘기마을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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