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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5. 때를 헤아리는 마음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61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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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065. 때를 헤아리는 마음


그래도 성탄절은 ‘우리교회’ 가서 지켜야 한다며, 굳이 붙잡는 서울 큰아들 내외 청 뒤로 하고 집으로 내려오셨던 허석분 할머니는, 성탄절이 지나자 다시 서울 큰아들네로 올라가셨다.
정말 집으로 온 이유가 그것 하나였던 것처럼 또다시 올라가셨다. 언제쯤이나 내려 오실것 같냐고 이필로 속장님께 물었더니 속장님 대답이 확실치를 않다.
“글쎄 모르지유, 봄이나 되믄 내려 오실래는 지유” 아예 올라가신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뜻 담겨 있었다.
얼마 전 주일저녁예배, 한동안 안 보이던 허석분 할머니가 예배에 참석을 하셨다. 무척이나 반가웠다.
불 일일이 안 때도 되고, 밥 손수 안 해도 되고, 혼자 쓸쓸하게 자지 않아도 되고, 여러가지로 좋은 아들네를 두고 왜 또 내려오셨을까, 이유는 간단했다. 때가 고추씨 싹을 틔울 때가 되었던 것이었다. 때를 놓칠까 봐 할머니는 때를 따라 또 다시 혼자 사는 집으로 내려오신 것이었다.

“끼루룩 끼루룩”
봄이라 하기엔 너무 이르고, 겨울비라 하기엔 늦은 듯 싶은 비가 제법 내리던 밤, 뭔가 이상한 소리가 빗소리에 섞여 들려 왔다. 가만히 귀 기울여 보니 개구리 울음 소리였다.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들이 깨어 일어나 한해의 첫 입을 떼고 있었다. 얼핏 달력을 보니 다다음날이 경칩, 신기했다. 절기를 알아맞추는 개구리가 용한건지, 개구리 나올 때를 알아 맞추는 절기가 용한건지, 빗소리에 섞인 개구리 울음소리는 제스스로 신기한듯 밤늦게까지 그칠 줄 몰랐다.
그렇게 시작된 개구리 울음소리는 날마다 물결처럼 퍼져갔다. 먼저 깨 울어대는 소리에 게으른 놈들까지 다 일어난건지 울어대는 소리가 날마다 커지는것 같았다.
햇살도 푸근해지고 농사일도 시작되고 어느샌지 춘분까지 지났다. 봄이 왔다고, 계절의 변화를 새삼스레 확인하는 것이 어색할 만큼 완연한 봄이 왔다.
그러나 웬걸, 느닷없는 눈이 하루 종일 내렸다. 히끗히끗 날리던 아침의 눈발이 신기하더니 한낮엔 한겨울인양 눈발이 굵었고, 제법 내려 쌓이기도 했다.
겨울 기운 다 털어낸 개구리들은 어떻게 됐을까. 강가 밭에 심은 당근씨는, 짚을 벗겨내 막 파랗게 고개를 든 마늘 싹은 괜찮은 걸까.
때를 따른다는 것의 어려움. 그리고 소중함
나의 때는 지금 언제이고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건지 햇빛 속 거짓처럼 쏟아져 내리는 눈 속에서 때를 헤아리는 마음이 쉽지를 않다. (얘기마을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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