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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2. 은희에게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74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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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052. 은희에게


은희야.
이렇게 저렇게 수속을 밟고, 몇가지 검사르 받으러 윗층 아래층 오르내리고 할 땐 그런 움직거림에 그런 마음 몰랐는데 막상 네가 입원할 들어가자, 들어가고 문이 닫히자 이리도 마음이 어려워지는구나.
너의 망연한 눈빛, 병동으로 들어가며 남긴 네 눈빛을 쉽게 떨치고 돌아설 수가 없구나.
선생님을 만나 네 아픈 얘기를 할 때, 그 모든게 치료에 도움 될거라는 생각에 그저 할만한 얘기들은 모두 하면서도 순간순간 마음이 아팠단다.
네 아픔을 해부하고 있다는, 내 손으로 덮어야 할, 꺼내어 풀어야 할 아픔을 대신 누군가에게 떠맡기고 있다는 자책이 순간순간 가슴을 찔러댔단다.
오늘 너의 아픔은 이 땅 천덕꾸러기가 된 농촌의 아픔, 대책없이 버림받은 농촌의 아픔. 너 혼자만의 아픔이 아닌데, 그런데도 너는 혼자서 아픔을 겪는구나.
흐트러질대로 흐트러진 몸과 마음 너 혼자 맞아야 하는구나.
견디다 견디다 끝내 마음이 무너지도록 그걸 몰랐던 우리들, 그저 그러려 무심했던 사람들, 나도 그들 중 분명 하나였고 때늦은 후회를 소용없이 하고 있구나.
그러고도 모자라 우린 너를 너만의 방에 말로써 가두려 하는구나. 누군가가 가장 필요할 때 곁에 아무도 없는 우리들의 생, 우리들의 거짓과 위선을, 거짓된 예배와 기도를 너는 통책 하며 돌아서 가는구나.
때늦은 후회를 하늘은 얼마나 받으실지. 때늦은 기도와 관심을 얼마나 받으실지. 그래도 그래도 돌아서기가 쉽지를 않구나.
(얘기마을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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