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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987.당근 십일조
자꾸만 머리가 아프다는 김천복 할머니를 모시고 병원을 갔더니 하룻밤 묵으며 치료를 받자 한다. 링게르 주사를 꽃으면 저녁 늦게까지 맞게 되는데, 밤늦게 돌아가느니 병실도 비었고 하니 주무시는게 좋겠다는 것이었다.
백일기 원장님의 따뜻한 배려였다. 5층 입원실로 올라가 잠시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할머니가 당신가방을 열더니 돈 2만원을 꺼내 건네신다.
“이게 왠 돈이예요?”
난 혹시 내 차를 타 차 삯을 내시려나 돈을 받지 않으며 물었더니 “당근 판 십일조예유. 작년엔 40만원 받았는데 올핸 14만원 밖엔 못 받았어 유.”
잦은 병치레, 언제 어떻게 돈을 쓰게 될지 몰라 할머니는 미리 십일조를 구별해 두려는 것이었다.
당근 판 십일조 2만원을 전해 받는 손길이 떨리고 쉽지 않다. 죽음의 고비 겨우 넘기고 어지럼증 이기며 김을 매 키워낸 할머니의 당근, 할머니는 십일조에 당신 마음 모두를 담아 하나님께 드리고 있었다. (얘기마을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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